금융위, 실효성 없는 '전수조사' 고집…해결보단 '은성수 체면 살리기'
이지은·정낙영 기자 | itzy@chosun.com | 2020.07.07 07:00
Edited by 이재영 차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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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사모펀드 230곳 전수조사 예고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본질 흐리고 있어
은성수 발언도 도마…연대책임 피로감만
금융위 '판매사-피해자' 도식에 부작용 우려도

금융당국이 3년에 걸쳐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당장 업계에선 사태 해결은 뒷전이고 체면치레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과거 진입장벽을 낮춰준 사실은 외면한 채 전수조사라는 무리수를 통해 운용업계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전수조사에 집착하는 것 뿐만이 아니다. 손실을 본 투자자를 '피해자'로만 한정짓는 시각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상식조차 무시한 금융위의 행보에 업계 전반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최근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분야 전면점검 합동회의'를 열고 3년에 걸쳐 사모펀드 1만 여개와 사모펀드 233곳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등에서 사모펀드 부실 문제가 잇달아 터지자 내린 결단이다.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 이라며 금융당국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오히려 흐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 원인은 결국 금융위에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물론, 금융 당국 실무진 사이에서도 현재 사모펀드 사태의 출발점을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에서 찾는다. 금융위는 당시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사모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이후 사모펀드 상품은 사실상 PB창구를 통해 공모 형태로 판매됐다. 라임 사태로 주목 받은 대신증권 반포지점장이 고객 수십명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연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사실상 공모행위에 가깝다. 사모펀드는 자본시장법상 자격을 갖춘 인력이 청약을 권유하거나 자문할 수 있을 뿐, '판매'는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것도 유사한 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어 상품을 이해하고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인(私人)에 한해서다.

이런 부작용은 기존 금융상품 판매 시스템에서 이미 예견됐던 내용이었다. 금융당국이 최소한의 감시 및 견제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건, 결국 현장을 몰랐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1억원으로 낮춰지면서 엉터리 운용사가 난립했고 이들 입장에서는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1억원 이상 보유 개인 자금을 주 타겟으로 삼게 된 것"이라며 "금융위의 역할은 우선적으로 투자자들이 과연 사모펀드에 투자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 다시 따져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은성수 위원장의 "3년이든 5년이든 (전수조사를) 나눠서 진행하면 된다"는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자 판을 키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9년 9월 취임한 은성수 위원장의 임기는 2022년 9월까지다.

금융당국이 밝힌 대책에 따르면 전체 사모펀드 1만여개에 대해 판매사·운용사·수탁사·사무관리회사가 TF를 꾸려 전수 점검을 한다.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은 사모운용사 233곳에 대한 현장검사를 병행한다. 투트랙 방침을 내세워 사안을 엄중히 다루겠다는 모양을 취했지만 사실상 연대 책임을 지게 된 업계 전반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쳇말로 삽질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라며 "3년 동안 전수조사를 하는 동안에도 고위험 상품은 만들어질 것이고 역량이 부족한 개인 상대 판매가 유지된다면 문제는 또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융위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금융사와 투자자 관계를 '판매사-피해자' 구도로 접근하는 태도는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라임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가 부실을 몰랐을 경우에도 투자금 100% 배상을 권고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스스로가 돈을 넣겠다고 선택했다면 손실이 나도 어쩔 수 없는 점이 고려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금융당국이 판매사와 피해자 구도를 지우니 개인들은 앞으로 안타까운 사연만 내세울 수 있다면 손실 걱정 없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 고액자산가층에선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을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등록을 하지 않고 일반 투자자 자격으로 투자를 하면 손실이 발생했을 때 당국의 구제범위 안에 쉽게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로 투자를 지속해야만, 고위험 고수익을 누리다 사고가 터지면 '아무것도 모르고 상품에 가입한 피해자'로 쉽게 얼굴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은 ▲5년 중 1년 이상 월말평균잔고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상품 계좌개설 1년 이상 등이면 신청할 수 있다. 1억원 안팎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자산가라면 누구나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문자 그대로 사사롭게 투자하되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게 원칙인데 당국에서 손실을 본 개인을 보호해주는 사례가 너무 늘어나고 있다"라며 "투자자의 권리만 따지고 리스크 감내라는 의무가 등한시되면, 정부가 원하는 벤처기업으로의 자금 유입 등 정책 목표도 사실상 더 멀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5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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