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난 '효성' 또는 남매전쟁 '한진'…갈림길에 선 한국타이어
한지웅 기자 | hanjw@chosun.com | 2020.07.07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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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사장 43% vs 조현식 부회장 19%
조양래 회장 깜짝 주식 매각에 조 부회장 측 대응 불가
최악의 사업적 위기 속 후계구도 구설수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조 사장은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후계자’로 낙점 받은 모양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평가다.

그룹은 사업적으로 중대한 위기를 겪고 있고,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 사장은 재판을 진행중인 개인 사정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불안감은 여느 때보다 크다.

지난달 말 조양래 회장의 깜짝 주식 매각으로 조현범 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 지분율은 43%에 육박하게 됐다. 형인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율(19%)과의 차이는 약 25%로 압도적인 격차를 나타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과거 형제 경영이란 명목 아래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이 0.01%포인트 차로 각각 약 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 회장이 차남에게 갑작스레 지분을 몰아주는 상황을 예단하기 쉽지 않았다.

조 사장이 그룹 경영에 상대적으로 깊이 관여하고 있던 것과는 별개로 구속수사가 진행될 정도의 범죄 이력이 있고, 최근엔 2심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오히려 장남인 조 부회장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다. 최근에 열린 현대자동차그룹과의 외부행사(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에서도 조현식 부회장이 정의선 부회장을 만나면서 최고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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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룹 내부적으로 그리고 조 부회장 측도 조양래 회장의 갑작스런 지분 이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보인다. 그룹도 아직까진 최대주주 변경 공시만 했을 뿐 경영권 승계에 대한 공식 입장 발표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조양래 회장의 결정’이란 설명 외엔 이렇다 할 명분이 부족하다. 조현식 부회장이 이 같은 상황을 오롯이 받아들일지 아니면 반격의 카드를 준비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상당하지만 조 회장의 차녀인 조희원씨(10.8%)가 조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 준다면 지분율 차이는 14% 내외로 좁혀진다. 일단 조희원씨는 중립적인 입장을 그룹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후계 구도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테크놀로지의 경우는 상당히 의외다”며 “지분율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지분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지만, 일가 내에서 합의가 이뤄진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면 분쟁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룹 내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떠올리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가장 가까운 효성그룹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조현준 회장 그리고 조현상 총괄 사장 체제를 갖춘 효성그룹의 후계 구도에는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도 포함돼 있었다. 2013년 보유한 효성 지분을 모두 정리하고 그룹을 떠난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친형인 조현준 회장을 횡령 및 고발 형의로 고발했고 이를 통해 ‘형제의 난’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조 회장측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에 대한 욕심으로 이뤄진 무리한 고발에서 이뤄졌다"며 “사건의 출발 자체에 근거가 없고 동기가 불순한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는데, 조 회장 또한 조 전 부사장을 ‘맞고소’하며 그룹의 평판에 가장 큰 오점을 남긴 사건으로 기록됐다. 결국 조 회장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현재 효성그룹 오너일가는 조현준 회장이 21.94%, 조현상 사장이 21.42%의 지분을 보유하며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9.43%로 조 명예회장의 지분율 향방에 따라 경영권도 이양되는 구조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형제간 갈등이 일단 봉합된 효성그룹을 따라가게 될지, 아니면 경영권을 두고 남매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한진그룹의 유사 사례가 될지에 모인다.

한진칼 분쟁은 현재 진행형으로 조원태 회장·조현민 전무·이명희 고문의 오너일가 연합과 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그룹의 연합의 구도로 진행중이다. 지분율 50%를 기점으로 팽팽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투자자 유치, 우군확보, 장내 매집 등 지분 경쟁과 더불어 끊임 없는 양측의 여론전은 그룹의 평판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룹 경영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 그리고 오너리스크를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 문화를 고려할 때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은 그룹 성장에 발목을 잡는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은 오너일가의 지분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을 호재라고 여길 수 있지만, 기관 및 외국인 등 장기투자자 입장에선 그룹 기반이 흔들리는 중대한 상황으로 투자를 심각하게 재고하는 사안이다”며 “조 사장이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있긴 하지만 최대주주로서 경영에서 아예 배제돼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오너리스크를 상당히 크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2일 10:2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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