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기업 인수는 독약?…연이은 법정行에 원매자 부담 커진다
입력 2020.07.07 07:00|수정 2020.07.08 09:50
    짧아진 회생 절차에 '채권 분류 소송' 재부각
    회생기업 M&A에서 원매자 부담 요소로
    주로 회생채권·공익채권 분류 두고 법원행
    하반기 회생 신청 증가 전망에 관심 높아져
    • 하반기에 회생 절차를 밟을 기업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생 기업과 관련한 소송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법원이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하며 평가 기간은 짧아졌지만 그만큼 기업들의 채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 회생법원이 정리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인수 과정에서 불거지는 이러한 분쟁은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고 원매자에게 잠재적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법원통계월보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회생 신청을 진행한 기업은 356건에 이른다. 수치 상 전년대비 소폭 줄어든(53건) 것처럼 나타나지만, 월별 증가폭은 뚜렷한 상황이다. 회생 신청 수는 실제 수치로 반영되기까지 시간차가 있어 얼마나 증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회생기업의 채권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를 두고 민사 소송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져 법무법인과 원매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소송은 결정되는 채권의 성질에 따라 채권자에게 변제해야 하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딜(Deal) 과정에서 중요한 지표로 손꼽힌다.

      채권 분류 소송에서 부각되는 요점은 ‘회생채권(회생 이전에 사유가 발생한 채권)’과 ‘공익채권(기업 재건 비용으로 인정된 채권)’의 구분이다. 인수되는 회생기업의 채권이 ‘회생채권’으로 분류되면 매수 측은 회생계획에 의거, 통상 10~20%만 채권 변제를 해주면 된다. 하지만 이것이 ‘공익채권’으로 분류되는 순간 100% 변제를 해줘야 된다. 이는 고스란히 인수자의 추가 비용이 된다.

      과거에는 회생 절차 기간이 길었던 만큼, 회생법원에서 채권의 성질이 모두 정리된 이후 회생기업들이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최근 회생법원이 패스트트랙 등 각종 회생 절차 단축과 관련한 제도를 내놓고 있다.

      2년 남짓으로 줄어든 기간 동안 법정관리 대상이었던 기업의 채권을 모두 분류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게다가 채권의 성질을 정의하는 사전적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실무적으로 이를 적용하기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라 법적 분쟁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연초 회생절차를 거쳐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된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채권 분류 관련 민사소송을 진행중이다. 지난 1월 HSG중공업 컨소시엄의 인수 결정 이후 몇몇 대형 법무법인에 의뢰했던 이 소송은 현재 자체적인 변호인단을 꾸려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기업들을 흡수하며 규모를 불려온 SM그룹 역시 최근 400억원대 규모의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그룹이 인수한 코스피 상장 조선사 ‘대한해운’과 관련해, 외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가 보유 중이던 채권의 성질 분류가 도마에 올랐다. SM그룹이 현재 진행중인 유사 소송만 도합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M&A 이후 채권 분류는 도산 관련 소송 중 가장 핵심 분야가 됐다”며 “과거 5~10년씩 회생 절차를 진행하던 때와는 달리, 1~2년으로 줄어든 시간 내에 채권 성질을 분류하려니 제 시간 내에 정리되지 못한 건들이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하반기가 되면 유사한 형태의 채권 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로 상반기 차입을 일으켰던 기업들이 상환 부담을 느끼기 시작할 9월 무렵이 회생 신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회생법원의 절차상 틀은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회생 신청이 쏟아진다면 한정된 시간 내에 채권 분류를 마치는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법무법인에는 또 다른 먹거리가 되겠지만 원매자 입장에선 상존하는 부담 요소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대형사 회생 신청은 4년 전 한진해운이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인수 사례와 소송 건수는 적지 않은 상황이다”며 “코로나 때문에 관련 시장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서, '부티크 로펌들'도 자문에 나서는 등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