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지금' 젠투 펀드 1.3兆 환매 연기…유사 펀드서 재연 가능성도
이지은·정낙영 기자 | itzy@chosun.com | 2020.07.08 07:00
Edited by 이재영 차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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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투파트너스, 펀드 환매 연기 통보
코로나19에 채권값 하락한 탓인 듯
"부실 사모펀드 잇따를 가능성 높아"

홍콩계 자산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이하 젠투)가 국내 판매사들에게 1조3000억원 규모 헤지펀드의 환매 연기를 통보했다. 특히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젠투 펀드는 대부분 레버리지를 일으켜 손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후 젠투가 운용자산 회수조건을 충족할 경우, 대출금을 모두 회수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이어 사모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터지면서 그 끝이 어디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향후 사모펀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가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사기 혐의가 짙은 앞선 사례와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젠투는 최근 국내 펀드 판매사들에게 ▲레버리지 구조의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9000억원)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3000억원) ▲'CM 크레딧 펀드'(1000억원) 3개 펀드에 대한 환매연기를 통보했다. 이는 총 1조3000억원 규모로 채권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대부분 법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판매는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많이 했다. 판매사별 판매 규모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3990억원 ▲키움증권 2625억원 ▲삼성증권 1400억원 ▲우리은행 902억원 ▲하나은행 421억원 ▲한국투자증권 178억원이다.

문제는 신한금융투자가 주로 판매한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 펀드'의 절반 가량이 펀드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추가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방식으로 운용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업계에선 젠투펀드 내 '운용차입금 중도상환'(AUM트리거) 조항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한다. 보유 자산이 일정 규모 이하로 떨어지면 대출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환매를 중단한 것이란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채권펀드 상품의 경우 수익률 3%를 맞추려면 실제 운용수익은 10%를 넘겨야 한다"라며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젠투가 홍콩계 자산운용사이다 보니 금융당국과 판매사는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침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증권·운용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한 불확실성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악용하는 운용사들 때문에 판매사들은 사모펀드 상품 취급에 자신감이 바닥을 친 상황"이라며 "안 그래도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성이 짙어지는 와중에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내 위법 사례의 후폭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 19로 인한 부실 사모펀드도 지속적으로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례와 비슷하게 채권 기초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설계된 상품이 젠투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대응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용위험이 완전히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평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팬데믹 이후 ELS 마진콜 사태를 보면서 연이어 불거질 단기금융 시장 충격을 가늠했다"라며 "이번 사태도 잠재적인 위협요인이 이제 막 수면 위로 드러나는 신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와는 구분해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앞선 두 사례는 의도적으로 관계사를 포함한 투자자를 기만하려 한 의도가 분명했다"라며 "DLF나 젠투펀드의 경우 대외 불확실성이 상품의 부실화로 이어진 경우라서 하나로 묶어 사모펀드 전체의 문제로 비춰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7일 16:1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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