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CVC, 조직 구성 막바지…VC업계 기대감은 미온적
입력 2020.07.08 07:00|수정 2020.07.07 17:37
    시그나이트파트너스, 투자인력 조직 구성 막바지
    독립계VC들 CVC로의 이적 꺼리는 탓에 난항 겪기도
    그룹 입김 따른 투자활동 제약에 기대감은 미온적
    • 이제 막 출항한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이 투자인력 구성 막바지 단계다. 촉망받는 투자심사역을 영입하기 위한 접촉 소식이 있었지만 그중 제안을 받은 독립계 VC 인력들이 쉽사리 이동 결단은 내리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이 연초부터 설립을 준비했던 첫 VC 자회사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최근 공식 출범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출신 인물과 일반 VC업체 투자심사역들 총 4명으로 투자총괄부서로 구성을 준비 중이다. 그룹 내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출신인 임승배 전무를 대표로 앉힌 만큼 패션 및 뷰티 영역에서 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심사역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스톤브릿지벤처스 출신 김기영 전 팀장이 사실상 조직의 '키맨'이라는 평가다.

      대표이사는 그룹 출신이지만, 실무 투자인력은 같은 CVC보다는 독립계 VC 위주로 영입을 주로 시도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VC업계에선 하나금융그룹 CVC와 조직 구성이 비슷할 거라 예상해왔다.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2018년 10월 설립한 VC 자회사 '하나벤처스'는 최고경영자(CEO)부터 말단 인력까지 전부 외부 인력으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 인력 영입에 어려움을 겪어 조직 구성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영입을 제안 받은 투자심사역들 사이에선 해당 조직에 대해 기대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려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독립계 VC업체 투자심사역은 "신세계그룹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지금 조직에 남기로 결정했다"면서 "사실 독립계 VC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CVC를 답답해하는 면이 있는데 투자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그룹 입김이나 각종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점이 많다 보니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이점은 좀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CVC는 다른 VC업체처럼 투자 수익도 중요시하지만 그룹 내 계열사들과의 사업 시너지, 그룹의 미래 먹거리 모색이 주요 목표다. 이에 모기업 없이 독자적으로 운용되는 독립계 VC보다는 투자활동이 비교적 자유롭지 못할 거란 시각이 많다.

      CJ그룹의 VC 자회사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도 비슷한 맥락에서 거론되고 있다. 타임와이즈는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조직이다. 그룹 총수일가 3세가 경영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실무진 단에선 투자활동 제약도 다소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문화나 투자 스타일에 있어서 결이 다른 부분이 있다 보니 CVC 출신 인력이 독립계 VC로 이적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거론된다.

      VC업계 관계자는 "꽤 규모가 큰 모 그룹의 CVC는 해당 조직이 주로 전문 투자인력보다는 그룹 계열사 인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민간 VC로 넘어오면 초반엔 적응을 잘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외부 기관출자자(LP) 영업 등 영업맨처럼 일하는 게 이쪽 업계에선 필요한데 CVC 출신은 캡티브 플랫폼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