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약화에 노동문제까지…꼬여가는 MBK의 홈플러스 활용법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20.07.09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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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업황 악화 빨라지는데 존재감도 약화
S&LB 이어 매각도 검토하며 노동문제 불거져
‘고용 악화’ 프레임 씌워지면 향후 전략도 차질
차입금 상환 문제 없지만 최종 수익률은 의문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수 전망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유통업황은 악화하는데 3대 대형마트로서 존재감도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 일부 점포 매각은 노동문제로 비화하며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고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 홈플러스의 부동산 가치를 높이 보고 투자한 MBK파트너스의 회수 방정식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홈플러스는 이달 발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2019년(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 7조3001억원, 영업이익 160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4.7% 줄었고 영업이익은 40% 가까이 급락했다. 그나마 올해 새 리스 회계기준(IFRS 16 Leases)이 적용되며 매장 운영 등 리스 비용이 손실로 처리되지 않아 영업이익 감소폭이 작았다.

대형마트의 실적 저하는 수년 전부터 예고됐다. 쿠팡 등 이커머스 경쟁자들의 부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신선식품 부문도 온라인 경쟁사들과 격차가 줄고 있다. 코로나 및 언택트 확산으로 앞으로 대형마트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많이 약화했다. 다각도로 활로를 찾으려는 이마트나 롯데마트에 비해 대응이 늦거나 소극적이다. 당초 계획했던 창고형 할인매장 점포 확대, 온라인 강화 투자도 뒤로 밀리고 있다. 홈플러스의 온라인 사업은 아직 롯데ON이나 SSG닷컴 등과 비교해도 주목도가 낮다. MBK파트너스로 인수된 후 테스코 색채를 빠르게 지웠지만 그 만큼 경쟁자와 차별성도 사라졌다.

홈플러스가 수위권 유통기업이라는 점을 앞세워서는 MBK파트너스가 인수할 때 지불한 가치(약 7조5000억원)를 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MBK파트너스가 애초부터 집중한 것은 홈플러스의 사업이 아닌 부동산이기도 하다. 금융사로부터 인수대금의 절반이 훌쩍 넘는 4조3000억원을 빌릴 수 있던 배경이다. 실제로 많은 점포를 매각후재임대(S&LB) 방식으로 정리하고 빚을 줄여왔다. 최근 차입금은 2조원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LB 방식은 계약기간 동안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 부담이 크다. 일부 점포는 매출보다 이자가 더 많은 곳도 있다. 작년 MBK파트너스와 대주단은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며 홈플러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이자비용보다 1.5배 많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금융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단은 단기간에 약정 위반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 입장에선 마트 사업성은 낮은데 부동산 가치가 높은 곳이라면 아예 점포를 매각하는 편이 재무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현재 안산점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고, 전국 매장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대구점과 대전 둔산점 등 매각도 거론된다.

문제는 노동문제라는 예기치 못한 불똥이 튀며 매각 전망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점 매각을 폐점을 위한 사전 절차라고 주장한다. 폐점은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치는 반노동적 불법행위’로 규정했고, 지점 매각 시 노동자 수천 명이 직장을 잃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위 노동단체까지 가세해 ‘밀실 매각’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작년 1만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 전환했다. 새 사업에 인력을 재배치할 것이기 때문에 고용은 유지될 전망이다. 사실 롯데와 신세계도 자산을 유동화해왔고 점포 정리를 예고한 상황이다. 올해 홈플러스 통합으로 3개 노조가 하나로 합쳐졌다. 회사는 처음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노조가 무리한 주장을 편다는 입장이다.

설령 노조가 무리한 주장을 펴는 것이라도 ‘고용 보장’이 최우선인 현 정부 아래서 노동 문제가 불거진 것은 달갑지 않다. 임단협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매각이 진행될 때마다 같은 논란을 감수해야 한다. 인수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MBK파트너스가 생각하는 가격에 부동산을 팔기 어려울 수 있다.

MBK파트너스에 홈플러스 부동산을 개발하자고 제안하는 투자자들도 있었는데, 이 때도 똑같이 노동문제의 영향을 받을 가능이 크다. 홈플러스 입지의 토지 용도를 감안하면 대규모 주택 단지를 포함한 개발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용지의 특수성 때문에 인수금융에 설정된 담보대출비율(LTV) 재무약정도 통상 부동산담보대출의 60~65% 수준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니 작년 홈플러스리츠 무산이 두고두고 뼈아플 수밖에 없다. 업황 부담을 시장에 전가하고 노동문제 없이, 천천히 회수 및 소멸할 기회를 놓쳤다. 시장이 꺾이는데 상장 규모를 무리하게 키운 것이 패착이었다. 홈플러스는 ‘국민의 것’이라는 방향 설정이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리츠 당시 홈플러스 부동산의 감정평가 가치가 6조원에 달했으니, 인수금융 상환이야 무리가 없겠지만 좋은 성적표를 남길 지는 점치기 어렵다.

한 대주단 금융회사 임원은 “홈플러스는 부동산 자산이 많으니 어떤 방식을 선택하건 인수금융을 상환하지 못할 가는성은 크지 않다”며 “자산을 매각해 이자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는 좋지만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LP에 좋은 수익률을 돌려주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29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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