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금융·게임株 트랜드 따르지만, 이슈 민감 기업엔 발 빼는 국민연금
한지웅 기자 | hanjw@chosun.com | 2020.07.09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금융지주·게임주 사들인 국민연금
종근당·JW중외제약 등 바이오 지분율 늘어
분쟁 불씨 남은 한국테크놀로지 지분 줄이고
옵티머스 불똥 NH證, 이스타 저울 중 제주항공도 매도

KakaoTalk_20200707_134228248

코스피를 장중 한 때 2200선까지 이끈 것은 유동성의 힘이었다. 개미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가 한 몫 했지만, 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에 힘입은 연기금의 자금 집행도 큰 힘을 보탰다. 국민연금은 제 2의 열풍이 불고 있는 바이오 관련주,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는 금융주, 언택트 시대의 최고 수혜주로 꼽히는 게임주에 베팅했다. 반면 경영권 분쟁, 사회적 물의, M&A 등 이슈가 불거진 기업들의 지분율은 줄이면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기조와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을 나타냈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금융관련 기업들의 지분율을 크게 늘렸다. 한국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JB금융지주·DGB금융지주 등 금융지주회사들의 주식을 사들였고 DB손해보험과 같은 보험사의 지분율도 늘렸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최근까지 가장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나타내고 있는 바이오 관련 기업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종근당·JW중외제약·한독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저유가 시대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효성화학·롯데정밀화학·금호석유화학 화확관련 기업들 또한 국민연금의 주요 투자 대상이 됐다. 특히 국민연금은 포스코그룹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인 포스코케미칼의 지분을 늘리며 지난달 2대주주에 올랐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금융부문 투자 수익률은 11.34%로 지난 10년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또한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후 가장 많은 수익금인 73조4000억원을 벌어들였다.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은 12.5%로 금융부문 전체 수익률을 상회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운용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식운용과 관련해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최근의 지수 하락을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벤치마크를 상회한 투자수익률을 나타낸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00707_134227951

국내 주식투자 성과와는 별개로 국민연금은 최근 이슈가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선 지분율을 낮추는 모습을 나타냈다.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경영진 면담까지 추진했던 대한항공의 모회사,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은 지난해 이미 5% 아래로 떨어졌다. 공시의무가 사라진 이후 지분율은 기존 4.11%에서 더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원태 회장과 주주연합의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것과는 반대로,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현재 경영권 향방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미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연금의 남양유업에 대한 주주활동은 사실상 실패했단 평가를 받는다. 국민연금의 공개중점관리기업 1호로로 꼽혔던 남양유업은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될 때마다 거론된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국민연금의 5년 간 주주활동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배당정책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고 결국 지난 1월 관리기업에서 해제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남양유업 지분율을 5%아래로 낮췄고 지분 보유 공시의무에서 벗어났다.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주식대량보유상황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30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 1.5%, 약 200억원 어치를 장내에서 매각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하며 사실상 후계자 자리를 물려줬다. 예상치 못한 지분 매각에 주가는 출렁였다. 장남인 조현식 부사장이 여전히 경영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불씨는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현범 사장의 경우 2심 재판을 진행중으로 경영 복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추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할 경우 국민연금의 지분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지분을 매각,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경영권 분쟁에 앞서 스스로 영향력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사촌 그룹인 효성그룹의 지분율을 10% 아래로 낮췄다. 조현준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강조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최근 기조를 고려할 때 경영 개입의 여지가 가장 큰 기업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2월 초 효성그룹을 일반투자기업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과연 주주권 행사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의 중심에 선 NH투자증권의 지분율도 지난달 25일 1.17%포인트 낮췄다. 또한 국민연금은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두고 저울질 중인 제주항공에 대한 지분율도 낮추면서 민감한 이슈의 중심에선 기업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기업들에 대해선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자칫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이슈에 개입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연금의 자율적인 투자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지분 매각 또는 경영 참여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8일 07:00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