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럭스 노리는 금융지주, VC 껍데기 얻지만 실익은 불투명
입력 2020.07.09 07:00|수정 2020.07.10 10:40
    두산그룹 자구안 일환…금융지주들 인수후보 거론
    업력 길지만 평가 어렵고 수익성 기여도 미미할 듯
    “초기기업 육성 정부 정책 화답하기 위한 것” 시선도
    중기부-금융위 사이에서 미묘한 처지 놓일 가능성
    • 금융지주들이 벤처캐피탈(VC) 네오플럭스에 관심을 보이지만 인수 후 시너지 효과엔 의문 부호가 붙었다. 네오플럭스가 실적을 다져온 상위권 운용사긴 해도 대형 금융사의 수익성을 보완할 정도는 아니다. 자산 회수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VC와 보수적인 금융사의 문화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 실익이 모호하다보니 금융지주가 정부의 벤처 육성 의지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2일 M&A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네오플럭스를 매물로 내놓고 원매자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하나금융이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예상 매각 금액은 700억~800억원으로 거론된다.

      네오플럭스는 금융지주들이 투자하기에 부담되는 덩치는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섞인 지적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VC 계열사는 없지만 오래 전부터 기업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2015년 신한퓨처스랩을 출범했고, GIB 주도로 벤처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하나금융은 산하에 2018년말 벤처캐피탈 운용사 하나벤처스를 출범했다. 네오플럭스 인수로 VC 운용 노하우를 흡수하고 운용자산 규모 (AUM)를 급격히 늘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절실한 과제는 아니다.

      한 VC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외부 출자를 많이 받기 위해 트랙레코드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인력과 경험도 있는데 굳이 돈을 주고 VC를 사야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네오플럭스는 2000년 ‘New Wave 1호 조합’을 시작으로 벤처캐피탈 시장에 진입했다. 20년간 투자조합은 물론 사모펀드(PEF) 운용까지 다양한 트랙레코드(운용 실적)를 쌓았다. 작년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8000억원에 달하지만 포트폴리오 평가는 쉽지 않다. 초기 기업 투자일수록 실패 가능성이 크고 회수 전망도 불투명하다. 어느 정도 수익 전망이 가능한 사업을 하는 금융사 문화와는 다소 이질감이 있다. 오히려 부실을 점치기 어려운 대규모 자산이 더해지는 모양이 될 수도 있다.

      네오플럭스는 조합이나 펀드 결성 및 회수 성과에 따라 수익성이 널을 뛰었다. 지난해 영업수익 154억원, 당기순손실 53억원을 기록했고, 성과가 괜찮았던 2018년의 당기순이익도 84억원에 그친다. 금융지주들의 당기순이익 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 구태여 적자가 난 회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시장에서 거론되는 예상 가격이 낮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네오플럭스의 3월말 자본총계는 592억원이다.

      내부적으로 네오플럭스 인수를 고려했던 금융사 관계자는 “VC는 성격상 자산 대부분에 부실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금융사가 하기 어려운 업”이라며 “작년엔 적자도 냈기 때문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주고 사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네오플럭스 인수를 통한 경제적 효익이 불투명하다보니 다른 목적을 더 고려했을 것이란 시선이 있다. 금융지주는 공적 역할도 강하게 요구 받고 있다. 코로나 확산 후 여신 만기 연장에 나서야 했고,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먼저 자기 돈으로 고객들의 손실을 보전해줘야 했다.

      정부는 ‘금산분리’에 묶여 있던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도 허용해주려 하는 등 초기 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지주들도 실현 가능성이나 중복 문제를 떠나 갖가지 초기 기업 지원 정책을 쏟아내 왔다.

      네오플럭스 인수시 금융지주가 실질적으로 얻는 것은 'VC 운용사라는 외형'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적극 화답한다는 인상을 각인시킬 수 있다면 반드시 밑지는 장사는 아니란 평가다. 다른 관계자는 "대형 금융지주 입장에선 수익성을 떠나 정책을 따른다는 명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가 정부 부처 사이에서 미묘한 처지에 놓일 수는 있다.

      네오플럭스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거해 설립된 창업투자회사로 관할기관은 중소기업벤처부다.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금융위원회 소관인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와는 다르다. 중기부와 금융위 모두 초기기업 지원 정책을 강조하며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최근 중기부가 스마트대한민국펀드를 결성하며 금융사들에 출자를 요청했는데, 금융사들이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금융지주가 네오플럭스를 인수하면 돈 줄(모태펀드)을 쥐고 있는 중기부와 관할 부처인 금융위 사이에서 눈치를 보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