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사용료 갈등에서 드러난 CJ그룹의 현주소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20.07.10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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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안 놓고 방송사업자와 갈등
‘수익성’ 화두 내건 CJ그룹…ENM도 허리띠 졸라매기
‘새 얼굴’ ENM, 그룹 내 존재감도 실적도 아직 부족
CJ그룹 리더십 부재…계열사 각자도생 중요성 커져

CJ ENM이 방송사업자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며 잡음이 일고 있다. 보통의 가격 흥정일 수 있지만 이면엔 수익성 개선을 바라는 CJ그룹의 조급함도 묻어난다. CJ ENM은 그룹의 새 얼굴로 커가고 있지만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 기존 핵심축에 이르기까진 갈 길이 멀다. 그룹의 리더십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 CJ ENM입장에서도 독자적으로 역량을 입증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CJ ENM은 올해 인터넷TV(IPTV)와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15~30%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방송사업자엔 인상 합의가 늦어지면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서로 무리한 요구, 서비스 가치 정상화 등 주장을 하며 힘겨루기 양상이다.

사실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자체는 매년 이뤄지니 특별하게 볼 일은 아니다. 다만 높은 인상폭에 일부 방송사업자들이 반발하며 논란이 커졌다. 여기에 CJ그룹이 처한 상황까지 겹치며 눈길을 더 모았다.

CJ그룹은 대기업 중에서도 M&A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잘 꾸린 곳으로 꼽혔다. 그러나 그 사이 재무 상황이 악화했고 외형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초격차 역량’, ‘해외사업 확장’이 주요 목표였다면, 올해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내건 화두는 ‘안정적 수익성이 동반되는 혁신 성장’이다. 코로나까지 덮치며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상황이 됐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CJ제일제당은 가양동 부지, 영등포 제분공장 등 유휴 자산을 매각했다. CJ대한통운은 아직 본격적인 자산 활용 움직임은 없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전국 각지의 부동산 자산들을 잠재 투자처로 보고 있다. CJ푸드빌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투썸플레이스를 완전 매각했다. CJ CGV는 작년 상장전투자를 유치했고, 올해도 추가로 투자 유치를 검토했으나 눈높이가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과 올리브영도 잠재 매물로 꾸준히 거론된다.

CJ ENM도 이에 동참했다. CJ헬로를 매각했고,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일부를 블록딜로 팔았다. 작년 6100억원을 집행한 콘텐츠 제작비를 올해는 15%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CJ ENM@@

CJ그룹은 운송·식품·엔터테인먼트의 세 축을 갖춰 놓았으나 모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CJ대한통운이나 CJ제일제당 모두 택배 단가 인상, 언택트 소비 문화 확산 등 호재가 없지 않지만 그 자체로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CJ그룹의 성장을 이끌 새 간판은 CJ ENM 뿐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작년 드라마 제작사 본팩토리를 인수하고, 해외 진출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운송·식품의 양대 축에 비하면 그룹 매출 기여도가 낮다.

CJ ENM은 tvN과 엠넷, CJ오쇼핑, OCN 등 10여개 채널에서 인기 콘텐츠를 꾸준히 내왔다. 그러나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경쟁사는 점점 늘고 있다. JTBC와 합작한 OTT 티빙(Tving)은 통신사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준비를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의 존재감은 만만치 않다. 작년말 넷플릭스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의 득실 계산도 장기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올해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엔터테인먼트는 대표적인 언택트 수혜주임에도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작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주당 30만원을 육박했던 CJ ENM 주가는 지금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사용료 인상 카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증권사 엔터 담당 연구원은 “코로나로 광고가 위축된 상황에서 예정된 작품들을 편성하다보니 CJ ENM의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모두 어렵다 보니 사용료를 두고 잡음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의 리더십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도 변수다. 부쩍 그룹을 둘러싼 계열사 및 사업부 매각설이 잦아지고, 그룹의 부인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선 개별 계열사들이 각자 살림을 챙겨야 한다. 향후에도 계열사와 경영진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실적과 주가 관리에 더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M&A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위기감은 확산하는데 리더십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라며 “리더십을 보좌해왔던 참모들이 각자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7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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