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한국처럼?…금융사 관심 모이는 인도 NPL 시장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20.07.30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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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경제의 명암…신산업 각광받지만 기초체력 부실
은행 및 비은행금융사 부실률 상승…NPL 감축 시급
한국 외환위기 환경과 유사…투자 기회 물색 움직임
NPL 입찰 참가하기도…폐쇄성·불투명성은 부담될 듯

인도가 글로벌 투자처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인적 역량이 우수하고 잠재 성장성이 크다 보니 신산업 투자가 줄을 잇는다. 반면 낙후된 경제 시스템과 최근의 경기 침체로 인한 부실 자산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외환 위기 때의 한국의 상황과 유사하다보니 부실채권(NPL)에 투자해 차익을 거두게 될 것이란 기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의 글로벌 공공의 적 이미지가 강화하면서, 그에 버금가는 인구·경제 대국인 인도가 반사효과를 얻었다.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의 통신 자회사 지오플랫폼을 필두로 세계 유수 기업들의 투자금이 인도로 쏟아졌다. 페이스북은 메신저 왓츠앱을 통해 인도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고, 대만 폭스콘은 중국의 생산기지를 인도로 이전하기로 했다.

인도 투자

그러나 인도 경제의 기초 체력이 강하다고 보긴 어렵다. 2014년 모디(Modi) 총리 집권 후 성장기를 구가했지만 지난 2년간은 성장 하락세가 가파르다. 중앙은행이 잇따라 정책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도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풀리지 않았고, 부채 감축 정책은 효과가 없었다. 코로나19까지 덮친 올해는 40년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달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인도의 신용등급을 22년만에 하향조정했다.

사정이 이러니 인도 기업들의 도산은 줄을 잇고 실업자는 1억명 이상이다. 인도 은행들의 NPL 비율은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 올라 작년말 9%에 육박했다고 한다. ‘잠자는 코끼리’를 깨우는 사이 그렇잖아도 취약하던 인도 금융 시스템에 부담이 커졌다.

인도는 우량하지 않은 비은행 대출금융회사도 산재해 있어 잠재 부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실 관리에 불똥이 떨어진 은행이 비은행금융회사의 돈줄을 죄면서 부실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다음 글로벌 경제 위기는 인도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경고가 이어졌다. 지금까진 정부의 NPL 감축 독려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자의든, 타의든 NPL이 대거 쏟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인도의 경제 위기가 투자 기회가 될 것이란 예상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이나 은행이 도산하면 채권자들은 NPL을 급매해 얼마간의 현금이라도 회수를 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급한 쪽은 채권자고, 비싼 값을 쳐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렵다. 반대로 잠재 투자자들은 싸게 자산을 매입할 기회를 가진다. 여러 자산을 담아두면 일부만 가치를 회복해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의 사정과도 닮아 있다는 평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사들은 M&A나 NPL에 대한 개념도 정립돼 있지 않던 한국에 대거 들어와 톡톡한 재미를 봤다. 골드만삭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외환위기로 부도난 진로그룹의 1조4600억원대 채권을 2742억원에 사들였고 2005년 조단위 차익을 거뒀다. 이후 도이치은행은 STX팬오션 NPL 투자,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을 통해 큰 돈을 만졌다.

일부 금융사는 올해부터 스페셜시추에이션(SS) 성격 자금의 투자처로 인도를 살폈다. 어차피 국내엔 마땅한 투자처가 적고 어지간한 대체투자로는 수익률을 맞추기도 어려워서다. 최근 한 금융사는 파산한 인도 은행의 대출채권을 인수하기 위해 현지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해외 투자인 만큼 인도 현지 자문사의 도움을 받는 한편, 한국은행과 신고 절차도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외환위기는 금융사들이 단기로 빌린 외화자금을 장기 대출로 풀면서 촉발됐는데, 인도도 비은행계 대출기관의 단기 조달 자금이 장기 프로젝트에 나가 있는 것들이 많다”며 “기업도산 후 빚잔치 과정에서 이익을 내려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올해 대거 인도로 몰려 갔다”고 말했다.

물론 인도 NPL 투자가 반드시 큰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인도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며 부패 지수가 높다. 회계 시스템이 투명하지 않아 자산 가치 산정도 어렵다. 즉 돈을 넣기는 쉬워도 빼는 것은 어렵다. 외국 자본의 약탈적 투자에 혀를 내둘렀던 한국 금융사가 인도에서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이 맞냐는 비판론도 없지 않다. 코로나가 투자 기회를 늘려줄 수 있지만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앞서의 입찰도 코로나 부담으로 일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 전문가는 “인도는 행정부가 아무리 부실을 줄이라고 해도 금융당국이 잘 수용하지 않는다”며 “금융시장 개방 의지가 낮고 외국 자본에 배타적인 곳이라 금융사 입장에선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6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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