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몽니에 현산·아시아나 기업가치 반토막
한지웅·위상호 기자 | hanjw@chosun.com | 2020.07.31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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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회복에도 HDC·현산 주가는 제자리
실적 선방·정책 호재 약발도 가로막는 불확실성
“7개월 실사 불구 3개월 더 달라” 인수 의지에 의심
경영진 갈팡질팡 동안 기관·개인 투자자 보호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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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본계약(SPA) 체결 이후 만 7개월 동안 HDC와 현산의 주가는 곤두박칠쳤다. 기약없는 기다림을 지속해야하는 아시아나항공 투자자들의 기회비용 또한 적지 않다. 현산이 지루한 눈치싸움을 지속하면서 그룹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투자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커졌다.

현산의 주가 하락은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다. 현산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이후 꾸준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현재는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룹 지주회사인 HDC도 마찬가지다. 코스피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복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린뉴딜, 부동산 정책 완화와 같은 건설업계 호재로 작용하는 정부 발표에도 현산의 주가는 잠잠하다. 이 또한 삼성물산·대림산업·GS건설 등 체격이 비슷한 건설사들이 브이(V)자 반등에 성공한 것과 상반된다. 현산은 지난 1분기 시장의 예상치(컨센서스)를 50%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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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 종결일이 다가오면서 HDC그룹이 여론전을 본격화하면서 이번 거래를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현산은 지난 24일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 측에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음달 중순을 기점으로 12주간 재실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30일엔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그룹의 일방적인 거래종결 절차 강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계약해지 명분 쌓기가 아닌 동반부실 및 과다한 혈세 투입을 막기 위한 재실사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 1월부터 현산은 인수추진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작업(PMI)을 진행해 왔고, 7개월여의 시간 동안 방대한 자료를 들여다봤기 때문에 ‘회사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는 메시지라기보단 ‘매각 측에 공을 떠넘기는 작업’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채권단 또한 상당히 불쾌한 입장이지만 공식적인 맞대응은 금호그룹이 맡았다. ▲HDC 인수준비단 활동 내역 ▲HDC 최고경영진과 인수준비단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나항공 경영현황 보고 내역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 관련 아시아나항공 응대 내역 ▲T&I 전환사채, 라임자산운용 펀드, 기내식 및 계열사 자금지원 등 현안 등 자료를 공개하며 현산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재로선 양측이 어떠한 합의에 도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단 현재 상황에서 사실상 인수불가 방침을 밝힌 현산, 그리고 거래무산이란 벼랑 끝에선 채권단과 금호그룹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양보없이는 깔끔한 거래종결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그러나 현산의 요청대로 3개월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지주회사인 HDC와 현산,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기업가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미뤄 짐작 가능하다.

현산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이미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27일 회사가 아시아나 인수를 결정할 당시 현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33%였으나 최근엔 10%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세는 외국인들에 비해 다소 적은 편인데 이는 현산이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 돼있기 때문에 패시브펀드(지수추종 펀드) 자금이 상당수 투자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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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떠나지 못하는 기관, 그리고 무섭게 주식을 팔아 치우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올해 국내 증시에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최근 들어선 장외에서 거래되는 현산의 회사채 가격도 뚜렷한 하향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현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 한 관계자는 “▲유동성 장세로 인한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 ▲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 ▲각종 호재성 정책에도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가의 가파른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HDC현산의 지분 11%를 보유한 주요주주로 주가 하락과 회사의 대응책 미비에 따른 상당한 피해를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매각에 대한 기대감에 치솟았던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이미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주가 하락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 업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산이 보여준 애매한 인수 의지, 강행과 중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동안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게 한 것만은 분명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와 별개로 주가 또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현산 측의 자구노력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디벨로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던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직후 모빌리티 기업이 되겠다고 돌연 선언했다. 기업의 정체성, 나아갈 방향에 대해 경영진이 갈팡질팡 하는동안 투자자 보호는 뒷전이 됐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대규모 자금지출에 대한 부담은 주식 및 채권시장에 반영이 돼 있다”며 “인수 강행이든 중단이든 의사 결정을 통해 그룹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시그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방안을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 기관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언 직후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수직 상승했고, 현산의 인수 결정 당시보다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이는 인수에 대한 여지만 남기는 현산에 대한 기대보다, 차라리 정부 지원하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 미래 전략을 수정하며 고군분투하는 국내 대기업들 속에서 현산은 반 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여론몰이에 집중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실망감, 정부에 밉보이며 앞으로 굵직한 국책사업에서 현산이 배제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투자자들이 현산을 장기적인 투자처로 여기기 어려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8일 16:2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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