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와 다르다'는 네이버의 SM엔터 투자…달라진 콘텐츠 전략
입력 2020.08.11 07:00|수정 2020.08.10 16:23
    네이버의 SM투자, YG와 '같은 듯 다른 형태'
    플랫폼 넘어 콘텐츠 '제작'에도 관심 UP?
    카카오·유튜브 경쟁사 성장 위협적인데
    바이브 등 기존 플랫폼 성과 증명 미미해
    • 네이버가 또 다시 엔터사에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콘텐츠 제작’에도 영향력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치열한 콘텐츠 업계에서 지금까지 네이버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달 초 네이버는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인 SMEJ Plus와 미스틱스토리 및 콘텐츠펀드에 1000억원 규모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SM엔터 지분은 취득하지 않는 형태다. 4월 네이버는 SM엔터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제휴(MOU)를 맺었다.

      네이버의 엔터사 투자는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에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시장 주목을 끌었다. YG엔터에 500억원을 직접 투자하고 금융 계열사인 YG인베스트먼트에도 500억원을 투자했다. YG인베스트먼트가 6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사모펀드(PEF)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올해 3월 기준 네이버는 여전히 지분율 9.13%로 양현석(17.32%) 전 대표에 이어 2대 주주다.

      당시 네이버는 “YG엔터 투자로 음원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개발하고, V라이브 등 글로벌 플랫폼과 연계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국내 콘텐츠와 기술 분야에 총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나갈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포부와는 다르게 YG와의 협업은 "딱히 드러난 시너지가 없다"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네이버가 ‘파격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 대한 의문이 계속된 가운데 지난해 ‘버닝썬 스캔들’의 핵심에 YG엔터가 자리하면서 네이버와 YG엔터 간의 ‘특수한(?)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떠오르기도 했다.

      ‘버닝썬 여파’로 YG엔터의 주가 폭락 및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투자 성과’ 증명도 어려워졌다.  YG엔터는 올해 2월 네이버와 손잡고 인수한 국내 1위 골프 예약 사이트인 엑스골프를 ‘급매물’로 내놨다. 2017년 YG엔터는 네이버와 조성한 펀드에서 165억원, YG플러스에서 150억을 각각 출자해 VIG파트너스가 보유하던 엑스골프를 인수 후 YG스포츠의 종속기업으로 편입시킨 바 있다.

      네이버 측은 “이번 SM엔터 관련 투자는 지분을 취득한 YG때와 다르다. Exit(투자 회수) 관련 옵션도 없다”며 “영상 컨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펀드 조성 및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를 확대할 예정이고, 향후에도 콘텐츠 관련 제휴 및 투자 문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한 미디어 애널리스트는 “네이버가 YG엔터 투자로 ‘데였던’ 경험이 있다 보니 SM엔터 투자는 방식을 조금 달리 한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가 최근 콘텐츠 관련 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으니 그런 맥락에서 시너지를 노릴 수 있겠지만 이미 YG에도 투자한 과거가 있어 또 다른 주요 엔터사인 ‘SM’과의 협업이 ‘새로운’ 느낌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네이버의 ‘콘텐츠 투자’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콘텐츠를 소싱하고, 해당 콘텐츠들이 팔릴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조성해나가는 전략을 취해 왔다. 이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제공까지 하는’ 수직 계열화를 추구하는 카카오와는 방향이 다르다는 평이었다.

      이번 투자는 ‘콘텐츠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네이버와 SM 측은 투자금이 네이버 V라이브의 글로벌 커뮤니티 멤버십 플랫폼 ‘Fanship(팬십)’ 운영비, 온라인 공연 등 음악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 등에 쓰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이 들어가는 기획사 미스틱스토리에 싱어송라이터인 윤종신을 비롯 '황금어장'을 탄생시킨 여윤혁 PD 등이 소속돼 음악 및 예능 콘텐츠 제작을 강화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네이버가 더 이상 단순 ‘플랫폼 제공자’로 안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다. 카카오는 전방위적으로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유튜브, ‘틱톡(TikTok)’ 등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카카오는 계열사인 카카오M을 필두로 연예기획사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을 전격 인수하거나 투자하면서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월에는 PEF 엥쿼에퀴티파트너스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2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나의 아저씨’,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제작한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며 영상 제작 강화에도 나섰다. 여민수 카카오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M이 디지털 드라마와 예능 등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를 카톡으로 선보이는 다양한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주도권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네이버 V라이브는 유료 채널 등 팬 커뮤니티의 수익 모델화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네이버는 SM엔터 자사 팬클럽 서비스를 V라이브의 팬십으로 통합하고 글로벌 팬 멤버십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를 론칭했다. 팬 커뮤니티는 ‘팬덤’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주요 아티스트를 확보하지 못하는 건 수익원 확보의 리스크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네이버가 내놓은 플랫폼 사업이 '기대보다' 부진한 점도 고민을 더할 것이란 관측이다.  예로 네이버는 2018년 6월 ‘인공지능 기반 뮤직플랫폼’인 바이브(VIBE)를 론칭해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빅3’에 비해 존재감이 미미하다.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지웍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3월기준 월간이용자수(MAU) 순위는 카카오M의 멜론(617만명), KT의 지니뮤직(291만명), SK텔레콤의 플로(156만명) 순이다. 바이브의 이용자는 37만명에 그친다. 최근엔 유튜브의 ‘유튜브뮤직’ 이용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Spotify)’도 한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바이브의 성장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