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투자한다더니...필승코리아 펀드, 고수익 비결은 '삼전·네이버'
입력 2020.08.12 07:00|수정 2020.08.14 09:34
    필승코리아 펀드 설정 후 수익률 50% 육박
    삼성전자·네이버 수익 견인
    소부장 펀드보단 4찬산업 펀드라는 비판도
    • 문재인 대통령의 생애 첫 펀드 투자로 잘 알려진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가 증권가에서 화제다. 출시 1년만에 50%가 넘는 고수익을 달성하면서다. 그 비결로는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삼성전자, 네이버 등의 우량기업 주가 상승이 거론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소재·부품·장비업체 투자 촉진을 위해 조성된 펀드임에도 불구, 결국 대형주 및 4차산업 관련주 중심으로 펀드가 운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인덱스 펀드와 뭐가 다르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이 한일 경제갈등 극복을 목표로 등장한 NH아문디운용의 ‘필승코리아 펀드’에 5000만원을 납입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달 10일 기준 해당 펀드의 설정액은 1230억원으로 설정 후 수익률은 56.12%에 달한다. 필승코라이 펀드는 출시 3개월만에 설정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고, 환매한 금액을 감안하면 누적 판매액은 40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의 두배에 이르는 수익률을 달성하자 해당 펀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일부에선 ‘작전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당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우량한 성장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2월 기준 펀드의 TOP10 종목 구성을 보면 삼성전자가 26.26%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 SK하이닉스가 5.18%로 뒤를 잇는다. 네이버가 2.39%, 삼성SDI 2.38%, SK텔레콤 2.06%다. 눈에 띄는 건 하이트진로도 2.10%로 TOP10 종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TOP10 종목에 카카오와 LG화학이 새롭게 이름을 올리면서 TOP10 종목 대부분이 반도체, 2차전지, IT주로 구성됐다.

      편입비중이 가장 큰 삼성전자는 1년전 대비 주가가 40%가까이 상승하며 필승코리아 펀드 수익률 상승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차전지 관련주로 꼽히는 삼성SDI가 설정 초기 대비 두배가량 주가가 올랐으며, IT 주식으로 각광받은 네이버는 두배이상 주가가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문 정부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주식으로 꼽힌다. 일본 수입맥주 감소와 재난지원금 등에 힘입어 1년전 대비 주가가 두배 이상 상승했다.

      포트폴리오 구성을 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NH-아문디자산운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피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고 평가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투자한 펀드인 만큼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았다는 평가다.

      펀드 설립 당시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에 대한 부담감이 드러났다. 펀드 설립 목적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재·부품·장비 국내기업에 집중투자한다고 밝힌 만큼 일정 부분은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했다. 이에 따라 전략적 투자비중을 핵심종목과 주변종목으로 나눠서 운용했다.

      핵심종목 대상기업에는 국내 공급망 강화 및 동반성장이 가능한 기업과 국산화 수혜 소재·부품· 장비 기업, 내수시장에서 선전이 기대되는 기업을 꼽았다. 주변종목 대상기업에는 국내외 시장에서 성장이 전망되는 기업과 경기와 차별화된 우량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운용 1년차에 접어든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의 상당수가 국내 우량 대기업 또는 IT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반도체·2차전지·5G가 앞으로 주식시장의 대세란 점에서 해당 기업의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다”라며 “소부장 펀드라고 하나 소재 국산화를 이루는 기업보다는 국내 1등 우량기업 중심으로 TOP10 포트폴리오가 구성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펀드가 문재인 대통령이 가입한 목적과는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존재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대응조치로선뿐만 아니라 소재 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마침 그런 시기에 소재 부품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만들어져서) 저도 가입해서 힘을 보태야겠다”라고 가입 목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투자 포트폴리오가 일부 국내 우량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펀드 조성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수익률을 위해서 우량 기업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부장 펀드 본래의 취지와 다소 어긋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