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으로 파견가는 대형로펌 변호사들
입력 2020.08.14 07:00|수정 2020.08.18 10:44
    공정거래·건설부동산 등 법무팀 규모 키워
    최근 5대로펌에 각각 변호사 파견 받기도
    사세 확장에 따른 공정 이슈 대비한 행보
    • 대형로펌 변호사들이 쿠팡으로 향하고 있다. 파견 근무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는데, 쿠팡이 기존 커머스 사업 외에도 콘텐츠 유통·부동산개발업 등으로도 사세를 키우고 있다보니 확장에 따른 공정 이슈에 미리 대비하는 모습이다.

      로펌업계에 따르면 대형로펌 변호사 상당수가 쿠팡에 한시적으로 상근하며 실사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각 로펌 핵심 주니어 변호사들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이 로펌의 주요한 대형 고객이다보니 인적 네트워크를 쌓기 위한 목적에서 소속 변호사를 파견 보내려는 의사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 또한 유능한 대형로펌 변호사를 사내변호사로 활용해 비교적 덜한 부담으로 법률 자문을 구한다는 이점이 있다.

      한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는 이렇게 전했다.

      "쿠팡은 올 들어 법무팀에 공을 들이려는 의지가 크다. 최근엔 대형로펌들로부터 실사 업무 등을 볼 변호사들을 각각 파견 받았는데 영입 규모도 컸다. 쿠팡으로 파견 나왔더니 5대로펌 변호사들이 다 있어 '쿠팡이 변호사들 만남의 장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쿠팡은 로펌업계가 최근 주시하는 곳 중 하나다. 쿠팡은 사업 확장 및 투자 유치, 미국 나스닥 상장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있어 법률 자문 수요가 높은데 올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사업 확장이다. 올 들어 공개된 인수·합병(M&A) 사례만 벌써 두 건이다. 국내 전자결제 기업인 '하이엔티비(HiNTB)'와 싱가포르 기반 동남아 OTT 기업 '훅디지털(Hooq Digital Ltd)'을 각각 4월과 7월에 인수했다. OTT 딜은 쿠팡이 그간 관련한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 받았다. 그간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해왔다는 점에서 아마존을 따라 쇼핑과 콘텐츠를 결합한 커머스 플랫폼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디벨로퍼 진출도 예고했다. 국내에 80곳 이상의 풀필먼트 센터 및 배송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쿠팡은 그간 부동산 임대업 및 전대업을 영위해왔지만 지난달 '부동산개발업'과 '이에 부대하는 제사업'을 정관에 새로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부동산 기획·시공·분양사업 등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국내 복합물류단지 내 부지를 임대해 운영하는 식이었지만 직접 부지를 매입해 개발사업에 전면 나설 가능성을 열었다.

      네이버와의 제휴설도 M&A업계에서 자주 거론되는 소재다. 쿠팡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야후재팬이 네이버 자회사 라인과 손을 잡은 것이 발단이 됐다. 일본에서 라인과 야후재팬이 경영통합한 것처럼 양사가 국내에서도 쇼핑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외형 성장을 어느 정도 마친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외부 경쟁력을 내재화하는 전략인데 이처럼 확장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면서 공정 이슈 등 법적인 문제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도 늘었다.

      사업 확장 중인 카카오·네이버와 비슷한 궤적이다.

      카카오는 2018년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법률과 규제 이슈를 검토하고 대응할 경력 변호사를 모집, 그 후 유관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유료 택시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뱅크 및 카카오페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 지난해엔 은행업과 상품 및 신규 서비스 등 관련 법률을 검토하는 사내변호사를 채용하는 공고를 다수 냈다. 같은해 10월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M에서 주요 M&A 및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할 변호사를 구인한 이후 최근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기획·제작한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네이버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필두로 금융업으로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IT 산업 및 플랫폼 서비스 구조에 밝으면서 회사법·금융 관련 법령·데이터 3법 전문 변호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던 바 있다.

      실제로 쿠팡은 올 들어 사내 법무팀 규모를 키우는 데 열중이다. ▲공정위 대응과 공정거래법 컴플라이언스 등 공정거래 분야(1월) ▲M&A 및 상법 등 기업일반 자문(3월) ▲물류인프라 구축 및 건설부동산 관련 소송 담당(5월) 변호사들을 잇따라 채용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통상 기업 파견은 사전적인 분쟁해결이 주된 목적이다. 최근 공정위가 제정을 예고했던 온라인플랫폼법도 사실상 쿠팡을 겨냥한 법안이다 보니 쿠팡 내부에서도 쏟아지는 규제 법안이 부담이다. 회사의 정체성인 풀필먼트와 관련해서도 직접 부지를 사 개발하는 식으로 추진 중이라면 법률적으로 검토할 만한 요소가 수없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