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6조원' 회사채 만기 도래…코로나 재확산은 '변수'
입력 2020.08.25 07:00|수정 2020.08.26 09:57
    비우량채 만기 도래 1조3000억원 달해
    기업들 8월 중순 이후부터 본격 발행
    코로나 재확산 우려…비우량채엔 '변수'
    • 9월 회사채 만기가 대규모로 도래할 예정인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 기업들이 연이어 발행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우량채를 중심으로 공모채 시장이 안정기에 들어섰지만 비우량채의 상황은 비교적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통상 7~8월은 여름 휴가와 반기 결산 시즌이 겹치면서 회사채 발행이 대폭 줄어드는 시기다. 반기보고서 제출이 완료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8월 중순 이후 수요예측 및 발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8월 중순 이후 예정된 수요예측은 LG이노텍, 에쓰오일, 롯데지주, 롯데물산, SK㈜, SK디스커버리, 동원엔터프라이즈 등이 있다.

      9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은 6조2000억원으로, 8월과 10월 각각 3조원과 3조4000억원에 비해 거의 2배 수준이다. 9월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으로는 SK㈜, 에쓰오일, KT, CJ대한통운, KT, GS글로벌 등이 있다. 이 중 상반기 다수의 기업들이 차환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 KCC는 5월 회사채 상환을 위해 1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 등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된 바 있다.

      오랜만에 공모 시장 문을 두드리는 대기업 계열도 눈에 띈다. SK디스커버리(A)는 3년만이자 SK케미칼과 분할 후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차입금 차환 및 운영자금 확보 목적으로, 1000억원 규모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9월 초 진행한다.

      롯데물산(AA-)도 9월 초 1000억~3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나선다. 2013년 1000억원 발행에서 미매각을 기록한 이후 7년만의 공모 회사채 발행이다. 롯데물산은 2015년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고, 이외에 기업어음(CP), 일본 금융권 대출 등으로 차환 발행 및 자금 조달을 해 왔다.

      대기업 지주회사 발행도 이어질 전망이다. SK㈜(AA+)는 이달 말 3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올해 세 번째 공모 회사채로, 이번 발행은 만기 도래 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지주도 다음달 초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수요예측은 이달 26일로 최대 2500억원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다. 이 중 10년물 500억원을 국내 지주회사 중 처음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7월 5000억원, 올해 4월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올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실적 부담으로 지난해에 비해 공모 규모가 크게 줄었다.

      지금까지 공모 계획이 나온 기업들은 대부분 우량채들로 수요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영향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종목별·등급별 차별화가 심화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량채 위주의 수요 확보는 안정적인 상황이다. 또 연말에는 회사채 발행이 감소해 실질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올해 발행 회사채를 북(book)에 담을 수 있는 기간은 9월이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에 우량채를 미리 확보하려고 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SPV(기업유동성지원기구) 가동을 시작하면서 시장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평가다. 코로나 확산 초기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였던 일부 고위험 회사채도 연초 가격을 되찾았다. 대한항공, 두산인프라코어 등 지난 상반기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던 기업들이 자산매각과 정부지원 등으로 ‘위기’를 어느 정도 넘겼다.

      다만 비우량 기업의 자금 조달 분위기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비우량 공모 회사채(A등급 이하) 규모는 1조3000억원에 이른다. 다시금 번지고 있는 코로나 국내 확산은 우려를 더한다. SPV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어느정도 정상화를 이룬 회사채 시장이지만 코로나 여파가 심각해지면 투자자들이 다시금 극도로 보수적인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지난 3월 코로나가 국내외로 빠르게 확산했을 당시 금융시장 ‘패닉’ 영향으로 회사채 시장도 투심이 급랭했다. 통상 사업보고서 결산 시즌과 맞물려 회사채 발행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변동성이 커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우량기업마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바 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정책 지원에 힘입어 전체적으로 크레딧 시장이 안정기에 들어오면서 대한항공, 두산 계열사 등 비우량 등급 기업에 대한 위험도 많이 제어가 되고 있는 분위기인데, 그렇다고 해당 기업들이 우량한 상태로 돌아온 것은 아니고 유동성 측면에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정도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항공처럼 코로나 여파가 큰 업계는 실적으로 투심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은 높은 수요를 보였긴 하지만 대부분 우량기업이고 규모가 크진 않았기 때문에 8월 중순 이후 회사채 수요예측과 발행 분위기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