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변수' 빨아들인 코로나...KB금융 회추위는 순항 중
입력 2020.08.25 07:00|수정 2020.08.26 10:02
    외부 인사 변수 없다면 윤종규 회장 3연임 유력시
    롱리스트에 중량급 인사 無...내달 16일 차기 확정
    코로나 위기 상황서 최고경영자 교체는 쉽지 않아
    • KB금융의 차기 최고경영자를 선정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수도권 대유행이라는 위기 속에서 현 경영진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덕에 오히려 이렇다 할 변수가 불거지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자연스럽게 윤종규 현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KB금융 회장 임기 말마다 의례 불거지던 정치권으로부터의 외압설과 낙하산 인사 하마평도 올해엔 자취를 감췄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요식적인 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선우석호 이사회 의장을 포함,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된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오는 28일 회의를 열고 4명의 최종 후보(숏리스트)를 선출할 계획이다. 현재 허인 국민은행장, 양종희 보험부문장(KB손해보험 대표), 이동철 개인고객부문장(KB카드 대표) 등 내부 인사 5명과 외부 인사 5명씩 총 10명으로 구성된 대상 후보군(롱리스트)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다.

      평가 후 고득점자 순으로 최종 후보군 포함에 대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며, 동의한 후보 4명에 대해 회추위에서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심층 인터뷰 및 차기 회장 후보자 확정은 9월 16일로 예정돼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라 회추위는 연초부터 롱리스트를 준비해왔다. 지난 4월 첫 위원회를 열고 롱리스트 구성 원칙안을 가결했고, 지난 6월 내부 후보자군을 정리했다. 6월말 열린 정기 이사회에도 이 같은 내용이 보고됐다.

      윤 회장의 사내 입지가 공고한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변수는 외부 후보군이다. KB금융은 후보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현 시점에서는 본인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윤 회장과 비견할 수준의 중량급 인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정치권 일각에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잠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현재 회추위가 검토 중인 롱리스트엔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여권 일부 유력 인사가 윤 회장의 연임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금융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중량급 외부 인사 없이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회추위를 진행한다면 윤종규 현 회장의 연임이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7년에도 3명의 최종 후보군 중 내부 인사인 양종희 대표와 외부 인사로 분류된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이 면접을 고사하며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이 윤 회장의 연임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윤 회장은 'KB사태'라는 위기 상황에서 경영을 맡아 6년만에 그룹을 신한금융과 대등한 지위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엔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에 성공하며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도 사실상 완성시켰다. 경쟁사들이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앓는 동안, KB금융은 역풍을 거의 맞지 않았다.

      숫자에 밝은 윤 회장은 지역 감염이 한 자릿 수로 줄어들었던 지난 상반기 말 즈음에도 '2차 대확산을 염두에 두자'며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성과를 내고 있는 최고경영자를 위기 상황에서 강판시키는 건 이사회도 주요 주주들도 선택하기 힘든 답안이라는 지적이다.

      노조의 반발이 회추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노조는 회추위가 본격적으로 차기 회장 선정 절차에 돌입하자 '노조 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9.5%가 윤 회장의 3연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KB국민은행 노조가 19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KB금융 사측과 노조의 사이는 그리 원활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조를 비롯해 일각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삼고 있다. 노조는 롱리스트 공개를 줄기차게 공개하고 있다. 들러리를 세워 손쉽게 연임하려는 포석이 아닌지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금융권 일각에서는 회추위가 3년 전 대비 2주 일찍 선임 절차를 시작한 것을 두고 코로나와 부동산으로 정국이 어수선할 때 일사천리로 연임을 진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롱리스트는 다른 회사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며, 추후 명예훼손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어 비밀로 하는 것"이라며 "회추위 일정을 앞당긴 건 후보들에게 좀 더 준비할 시간을 주는 등 공정성을 더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