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따상' 원하는 개미들...증권가 목표주가는 장외가 '절반'
입력 2020.08.27 07:00|수정 2020.08.28 16:06
    장외주가 4달간 235% 상승…따상 기대감↑
    업계선 최대 33% 상승 예상…평가에 괴리
    자체 게임 개발능력 必…"M&A 전략 추구"
    • 카카오게임즈가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에 본격 돌입했다.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 형성된 뒤 상장 첫날 상한가를 가는 '따상' 수혜를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도 맛볼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카카오게임즈의 장외 주가도 최근 4개월 동안 235% 상승하는 등 시장의 기대감은 큰 모습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카카오게임즈의 목표주가를 내놓기 시작했다. 다만 상장 이후 10~30%대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등 보수적인 관측이 주요한 모습이다. 공모가 할인율을 감안하면 딱 할인폭 만큼만 자본이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장외에서 7만원 가까운 가격에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매수한 일부 투자자가 레포트를 낸 증권사에 항의 전화를 하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유동성의 힘'으로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상장 직후 잠시 오버슈팅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자체 개발력이 약하다는 약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다.

      카카오게임즈는 26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공모 희망가 밴드는 2만~2만4000원이다. 밴드 최상단 기준 공모 규모는 3200억원이다. 공모가 기반으로 산정한 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은 최대 1조7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7월 31조원이라는 역대급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은 SK바이오팜이 '따상'을 기록한 이래 공모주 열풍을 이어갈 '대어'(大魚)급 후보로 평가된다. 시장의 기대가 뜨거운 이유다.

    • 이를 반영하듯 카카오게임즈의 장외 주가는 5월 2만원대에서 6만원 후반대까지 크게 올랐다. 덩달아 기업가치도 같은 기간 1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235% 상승했다. 다만 이달 중순부터는 장외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6만9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수요예측을 앞둔 25일 6만3500원으로 8.6% 가량 하락했다.

      상장 후 주가 추이에 대한 증권가의 예측은 장외시장과 다소 괴리가 있는 모습이다. 최근 장외 주가가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지금 장외가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낮은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다.

      대체로 상장 후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10~35% 정도 상승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주요하다.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35% 상승하더라도 현 장외주가인 6만3500원보다 48% 정도 낮은 가격이다.

      KTB투자증권은 카카오게임즈의 적정 기업가치를 2.1조원으로 제시하며 공모가 상단인 2만4000원 대비해 업사이드가 17% 수준이라고 의견을 냈다. 상장 후 2만8000원선까지 상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목표주가를 3만3000원으로 제시하며 신작 흥행 성과가 추정치를 넘어선다면 밸류에이션 매력도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모가 상단가 대비 37.5% 가량 오를 것을 예상한다는 의미다. 메리츠증권은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가치가 결정될 경우 33% 가량 상승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자체 게임 개발능력을 확장해야 국내 게임업종 대비 프리미엄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개발 비중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시 밸류에이션 추가 부여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콘텐츠 추가 및 운영상 노하우가 추가되어야 매출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의 자체 개발 비중은 대부분 50%를 상회한다. 펄어비스와 엔씨소프트는 자체 IP에 기반해 게임을 개발하고 있고 넷마블도 외부 IP를 사용하지만 개발은 자체적으로 한다. NHN도 자체개발 비중이 높다. 이에 반해 카카오게임즈이 자체 개발 비중은 20% 대다.

      자체개발이 저조한 것과 관련, 카카오게임즈는 IR을 통해 퍼블리싱 이후 콜옵션을 행사해 계열사로 편입하는 '투자 병행 퍼블리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개발사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26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한 것처럼 직접 개발사를 인수해서 결과론적으로 내부 개발 작품이 많아지는 접근을 취할 수 있다"며 "자체개발 제품이라곤 할 수 없긴 하지만 퍼블리싱한 게임이 성공할 경우 계열사로 편입하는 투자 병행 퍼블리싱을 더욱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게임의 경우 이런 투자 병행 퍼블리싱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를 히트시켰고 하반기 기대작 '엘리온'을 개발 중인 크래프톤에도 카카오게임즈가 지분 투자를 단행하긴 했다. 다만 현 지분율은 2.07%에 불과하다. 크래프톤의 장외 주가 기준 기업가치는 10조원 안팎이다. 카카오게임즈 공모가 밴드 기준 예상 시가총액의 3배가 넘는다.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북미향 매출을 거의 책임져주고 있는 검은사막의 경우에도 내년 초 퍼블리싱 권한을 개발사인 펄어비스가 회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카카오게임즈는 자사가 지분 보유하고 있는, 크지 않은 신생 게임사의 게임 라인업 중 '대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기홍 카카오게임즈 CFO는 "검은사막 북미, 유럽 재계약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계약서상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이와 무관하게 사업계획 검토해본 바 엘리온의 글로벌 및 국내 출시, 오딘의 성과 등을 통해 지속 성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투자 병행 퍼블리싱이 항상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게임즈는 2014년 모바일 액션게임 '블레이드'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차지한 개발사 액션스퀘어에 지분을 투자했다. 그러나 후속작인 '블레이드2'가 흥행에 참패하고 액션스퀘어가 4년 연속 적자를 내며 상장폐지 위기에 빠지자 지분을 모두 청산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이번 상장 과정에서 '기대작'이라며 수 차례 강조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오딘'은 이 액션스퀘어의 창업자 김재영 대표가 새로 창업한 개발사의 첫 작품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자는 "현재 시점에서 '오딘'을 내년 모바일 시장의 핵심 기대작으로 꼽는 곳은 카카오게임즈가 유일할 것"이라며 "퍼블리싱 위주의 사업 구조로 인해 수익성이 동종업계 대비 크게 낮은 카카오게임즈가 체질을 개선하려면 앞으로 훨씬 긴 시간과 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