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체투자 전수조사한다는 금감원, '서류만 보겠다'
입력 2020.08.27 07:00|수정 2020.08.28 16:05
    '투자 여부' 아닌 '자산 실재성'만 조사
    티내기용에 불과…"문서로 어떻게 아나"
    證 '코로나 구조조정'에 담당자도 부재
    • 잇단 사모펀드 환매 사태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해외 대체투자 자산 전수조사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이 서류 등 문서 확인을 통해 '자산의 실재'만을 파악하겠다는 방침이어서다.

      문제는 최근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 대부분 문서상으론 부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에서의 직접 실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보여주기식 작업으로 끝나고 말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은 지난달 1만여개의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첫 대상 자산으로는 규모가 가장 큰 대체투자가 꼽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자산의 경우 실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감원은 일단 해당 자산에 대한 실사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펀드 내 대체자산 투자액은 100조원을 넘겼다. 같은 기간 해외 펀드 순자산이 207조원 가량임을 고려하면 대체투자 순자산의 50% 정도에 달하는 규모다. 금감원은 이 자산들을 '실사'하기 위해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 자산운용사, 사무관리 회사, 수탁회사가 보유한 자료를 살핀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24일 전수조사가 시작됐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선 벌써부터 회의론이 맴돈다.

      먼저 금감원은 실사가 어려운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대해 문서를 통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자산의 실재성'을 우선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며 문서를 훑어 이를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상완 금융감독원 사모펀드 전수조사 TF팀 팀장은 "자료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특이사항이 있거나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것들은 나중에 전수검사도 예정돼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의 생각은 다소 다른 모습이다. 전수조사가 필요한 부분은 문서가 아니라 문서대로 투자가 집행됐는지, 다시말해 투자하기로 한 자산에 제대로 투자됐는지 여부라는 지적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문서로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파악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자산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것보단 제대로 투자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주 부동산펀드 사기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환매 연기는 계약서상 명시된 자산이 아닌 다른 자산에 투자하며 불거졌다.

      먼저 호주 부동산펀드 사기는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조성한 'JB 호주NDIS펀드'의 호주 현지 사업자가 대출 계약서에 명시된 약정 내용과는 다르게 임의대로 다른 토지를 매입하며 발생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도 이탈리아 의료비 단기채권에 투자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론 장기채권에 투자됐다.

      이와 관련, 오 팀장은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조성한 호주부동산 펀드의 경우에는 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이번 전수조사는 자산의 실재성을 보는 것이며 해외 자산 모두를 살펴보는 것은 한계가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대체투자 자산을 담당하던 관계자가 부재한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들은 2019년 말 대체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들면서 IB 관련 인력을 타부서로 재배치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체투자 자산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임원들이 대체투자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통투자 영역인 주식과 채권을 담당하던 임원들이 대체투자 부서로 순환보직해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체투자 관련 부서는 경력 직원이 많은 편인데, 이들도 담당하지 않았던 자산의 자료 제공을 맡으며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대체투자 경력직들은 당연히 해당 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들도 본인이 담당하지 않았던 자산에 괜히 손을 댔다가 불똥튈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