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밀어올린 두산重 주가…자구안 순항 '착시', 반짝 수급 효과에 무게
입력 2020.08.31 07:00|수정 2020.09.01 09:48
    3~4월 대거 발뺀 연기금 순매수 나서
    “펀더멘털 변화보단 수급에 의한 반짝 효과”
    해상풍력발전 기대감? “그룹 주력까진 아직”
    3조원대 재무구조개선은 착시
    실제 재무구조개선에 주목해야
    • 두산중공업 주가가 28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3조원대 자구안이 순항 중이란 착시효과, 그리고 아직은 기대감만 존재하는 그린뉴딜의 수혜주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지만 그룹의 현 상황만 본다면 주가의 급격한 상승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두산중공업 최근의 주가 급등을 사업적 또는 재무구조개선 성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수급의 측면에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두산중공업의 종가는 1만29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달 들어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매서운 속도로 상승했고 3년내 최고가(1만8000원)고 넘보고 있다.

      올 7월까지만 해도 4000원대에 머물던 주가의 급상승을 이끈 것은 연기금이다. 최근 한달간 개인과 외국인은 순매도에 나선 반면, 연기금은 400억원어치를 상회하는 두산중공업 주식을 사들였다. 8월 10일 이후 1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개인투자자들의 매매동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 사업적 측면으로 본다면 현재의 주가 상승은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은 62억원, 지난해 같은기간엔 7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다.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개별 기준으론 적자전환해 1300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상황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원전사업, 여기에 재무 유동성 위기가 곂치면서 실적 개선이 가시화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금, 즉 국민연금과 각 공제회들이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3~4월 국내 주식시장의 급격한 붕괴 당시 비워뒀던 포트폴리오를 채운다는 측면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초 재무 및 사업적 위기, 그리고 신용도(크레딧) 이슈가 산적한 기업들의 주식을 대거 정리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기하고, 주식 시장이 다소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위험성이 크게 부각됐던 자산들의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했던 기업에 대한 투자로 코스피 지수 상승폭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으로,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두산중공업의 주가가 급상승하는 것은 그동안 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크게 줄였던 연기금들이 조금씩 투자를 늘려가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펀더멘털이 상당히 붕괴한 상황에서 수급으로만 주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버블은 언제든 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인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두산중공업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두산중공업은 이에 발맞춰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2025년까지 연매출 1조원 이상의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의 주력이었던 원전 사업을 대체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의 재무구조개선은 아직 갈길이 멀다. 물론 이미 매각을 완료했거나 우협을 선정한 클럽모우CC·두산타워·네오플럭스 그리고 매각을 추진중인 두산솔루스와 두산인프라코어, 모트롤BG사업부 등을 포함한 ‘총 매각 금액’은 3조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모든 거래가 매끄럽게 진행돼 자금유입이 순조롭게 진행되야 한다는 점이 전제다.

      다만 두산그룹 재무구조의 핵심은 매각 규모의 총량이 아닌, 두산중공업에 실제로 3조원의 자금이 유입돼 채권단에 빌린 3조원(▲3월 1조원 ▲4월 8000억원 ▲6월 1조2000억원, 수출입은행 만기연장 6000억원 제외)을 얼마나 빠른시일 내에 갚느냐의 문제다. 실제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매각해 채권단에 자금을 일부 상환했으나, 상징적인 의미일 뿐 실질적인 차입금 감축 효과는상당히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움직임과 재무구조개선의 노력은 높게 사지만, 실제로 두산중공업의 자금유입과 재무개선까진 상당히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