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와 융합' 재료 소진된 모던하우스...회수전략 모호해진 MBK
입력 2020.09.01 07:00|수정 2020.09.02 10:08
    홈플러스 볼트온 성격 거래지만 성과 모호
    홈플러스는 부동산 중심 회수 전략 가속화
    독자 사업가치 올려야 하는데 실적 제자리
    ”애초 비싸게 샀다” 평가…회수전망 불투명
    • MBK파트너스는 모던하우스를 인수해 홈플러스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침체하며 홈플러스 입점 전략에 힘이 빠졌다. 홈플러스 역시 부동산 가치에 기댄 회수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융합은 뒷전이다. 애초 이랜드그룹에서 플랫폼만 인수한 MBK파트너스의 판단이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 8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홈리빙사업부(모던하우스, 법인명 엠에이치앤코)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 4호펀드 자금과 인수금융이 활용됐다. 모던하우스를 홈플러스에 입점시켜 생활용품 사업을 강화한다는 복안이었다. 궁극적으론 홈플러스 투자회수에 도움이 될 거란 계산도 있었다.

      현재까지는 홈플러스와 모던하우스의 시너지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홈플러스에 고객이 들어와 그에 입점한 모던하우스도 찾아줘야 하는데, 최근 수년간 오프라인 유통산업의 위상은 크게 하락했다. 3대 대형마트 중에서도 홈플러스의 존재감이 크게 약화한 상황이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수 전략은 명확해지고 있다. 처음부터 유통업이 아니라도 부동산 자산 가치로 회수가 가능할 것이란 계획이 있었다. 홈플러스리츠는 전략 실패와 업황 침체로 무산됐지만 이후 개별 점포 매각은 속도를 내고 있다. 노동문제로 잡음이 일고 있음에도 점포 매각 기조는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홈플러스가 관심을 끄는 것은 유통 영업이 잘 돼서가 아니다. 갈수록 개발 부지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요지에 있는 홈플러스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일단 땅을 확보한 후 주상복합 건물로 재개발하겠다는 시행사들이 많다. 안산점은 장부가의 배 이상인 5000억원에 팔렸다. 홈플러스 인수금융 잔액은 2조원 미만으로 줄었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상환은 시간문제란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과거의 유통 대기업으로서 위상을 되찾을 지는 미지수다. 앞으로도 홈플러스와 모던하우스가 서로 상승 효과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회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홈플러스와 모던하우스를 합병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낮다. 3호펀드 자금이 주축인 홈플러스와 4호펀드 자금을 쓴 모던하우스의 출자자(LP)간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결국 모던하우스 독자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 또한 녹록지 않다. MBK파트너스는 모던하우스를 인수하며 투자자와 금융사들에 매년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지금까지는 제자리 걸음에 그치는 모습이다.

      애초에 MBK파트너스가 모던하우스를 너무 비싸게 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잘 나가던 플랫폼을 인수한 것은 좋았지만 사업의 핵심 역량은 빠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모던하우스 사업부를 6286억원에 인수하며 이 중 4740억원을 영업권으로 계상했다. 이랜드 시절의 모던하우스는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모던하우스의 핵심 경쟁력은 이랜드의 디자인 역량과 제조라인을 활용한 패브릭(섬유)제품이고 그 부문의 마진율이 가장 높았다”며 “MBK파트너스가 모던하우스의 트래픽을 이용하기 위해 판매 플랫폼을 가져갔지만 핵심이 빠졌다보니 실적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앞으로도 모던하우스 기업가치가 두드러지게 올라가긴 어렵다.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 사태로 소비자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집을 꾸미려는 수요가 많았고 실적도 선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계속 저하하면 모던하우스가 실적을 지키기 쉽지 않다.

      MBK파트너스가 즐겨 사용하는 자본재구조화(리캡) 카드를 꺼내기도 어렵다. 저금리 상황이긴 하지만 금융사 입장에선 성장세가 두드러지지 않은 기업을 보고 돈을 더 빌려주긴 부담스럽다. 최근 MBK파트너스가 진행하는 두산공작기계 리캡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실적은 제자리걸음인데 차입금 규모를 키우려다 보니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주선사조차 출자확약서(LOC)를 끊는 데 애를 먹었다. 경영권 매각이나 상장 등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볼트온 성격으로 모던하우스를 인수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권 가치를 크게 계상한만큼 순이익보다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따져야 한다지만 EBITDA도 당초 계획처럼 늘지 않고 있어 어떤 회수 전략을 짤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