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 상장 본격화...최대 1兆 공모에 시총 4.5兆
입력 2020.09.02 15:51|수정 2020.09.02 15:56
    2일 증권신고서 제출…공모 규모 최대 1조
    10월 5~6일 공모 청약...시총 '엔터 빅3' 1.5배
    플레디스 인수에도 여전히 BTS 의존도 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본격화했다. 지난달 말 대표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이 내놓은 신곡이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호재가 가득한 모양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엔터테인먼트사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변했다. 오프라인 공연이 어려워진 만큼 음반판매량과 지적재산권(IP)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이 소속된 아티스트들의 앨범 판매량은 BTS의 앨범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도 BTS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이란 평가다.

      빅히트는 2일 금융감독원에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지 한 달만이다.

      공모희망가 밴드는 10만5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신주 713만주를 모집해 최대 9600억여원을 조달한다. 보통주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SM엔터ㆍYG엔터ㆍJYP엔터 등 '엔터 빅3'의 시가총액 합계(약 3조원) 보다 50%나 더 큰 규모다.

      빅히트는 9월 14일부터 국내외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고, 9월 24~25일 이틀간 수요예측을 받아 공모가를 확정한다. 일반 공모 청약일은 오는 10월 5~6일 이틀간으로 예정됐다. 10월 8일 납입일을 거쳐 10월 중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을 완료하게 된다.

      상장을 코 앞에 둔 빅히트는 최근 호재가 가득한 모습이다.

      특히 북미에서의 성과가 괄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1일 BTS는 신곡 '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2009년 원더걸스가 '노바디'로 빌보드 싱글차트 HOT 100에 진입한 데 이어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7주간 핫 100 2위를 기록한 바 있지만 1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4분기에도 BTS의 새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다. 상장 수요예측 전까지 꾸준한 앨범 발매를 통해 빅히트의 매출이 상승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KB금융그룹 광고를 찍으러 잠깐 한국에 왔다가는 등 굉장히 바쁘기도 했고 광고 모델도 많이 안 했었는데 요즘은 여기저기 자주 보인다"며 "IPO 전까지 앨범도 꾸준히 내고 광고도 찍어 수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BTS에 쏠린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부터 플레디스에 소속된 아티스트인 '세븐틴'과 '뉴이스트'가 빅히트 계열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됐다. 플레디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97억원으로 전년대비 46% 성장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90%를 넘는 BTS 매출 의존도가 플레디스 인수 이후 75%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치를 내놨다. 빅히트는 지난해 하반기 '여자친구'가 소속된 쏘스뮤직을 인수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까지 매출 다각화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인수된 소속사 아티스트들의 음반판매량은 BTS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2019년 기준 BTS는 앨범 727만장을 판매했으나 세븐틴은 162만장, 뉴이스트 49만장, 여자친구 18만장을 판매했다. 이들을 모두 합쳐도 BTS 전체 앨범판매량의 31.5%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 데뷔한 빅히트의 신인 아티스트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도 앨범 판매량은 43만장 정도다.

    • 빅히트를 비롯해 대부분의 엔터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음반 판매와 지식재산권(IP)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음반 판매량 격차는 예상보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P 관련 콘텐츠도 BTS와 관련된 것이 대다수다. 대표적인 콘텐츠로 꼽히는 타이니탄(Tinytan)과 리릭스는 각각 BTS 캐릭터와 노래를 그림으로 담은 콘텐츠다.

      빅히트 수익의 BTS 쏠림에 대한 우려는 '군 복무 리스크' 때문에 불거졌다. 정부와 여당이 국가 위상을 높인 대중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30세까지 군 입대를 연기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긴 하지만 일부 기관들은 불안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플레디스를 인수했더라도 BTS가 주 수입원인 것은 사실 아닌가"라며 "TXT 등 후속 그룹들도 잘 안 되는 것 같던데 군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추후 아티스트 발굴 뿐만 아니라 흥행시키는 것이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군대와 같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가의 불안은 더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최근 국내에 소재한 해외 기관투자자 등 '검은 머리 외국인'이 많아 이해도가 낮진 않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녹록지 않은 업황에 맞닥뜨린 데도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기준 아티스트 간접 참여형 콘텐츠 사업 비중이 2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45.4%에 달하는 반면 시장에서는 올해 코로나19로 '투어' 매출과 '플랫폼·IP·굿즈' 매출은 각각 전년대비 65%, 2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달 10일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의 국내 개봉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잠정 연기되기도 했다. 이는 BTS의 웸블리 스타디움 단독 공연, 빌보드 월간 박스스코어 1위, 스타디움 투어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 IPO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을 충분히 예측할 수는 있지만 최근 국내에 있으면서도 해외 기관에 해당하는 곳들이 문의가 많은 상황"이라며 "해외 기관으로 들어가야하는지 국내로 들어가야하는지 문의가 늘어나는 것만 보면 군대 이슈에 대해 그렇게 불안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