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네트워크 매각설도 꿈틀…벤처캐피탈 '선호도' 높아진 탓
입력 2020.09.03 07:00|수정 2020.09.04 10:07
    최근 매각설 업계 거론…회사는 “검토한 적 없다” 부인
    정책 타고 VC 몸값 상승…금융사·대기업 등 연착륙 기대
    주가 부진 등 모회사 사정 주목…”가치산정 어렵다” 평가도
    • KTB네트워크 매각 가능성과 태핑여부가 투자업계에 한참 거론됐다. 다만 대주주인 KTB투자증권은 “KTB네트워크 매각을 검토하지 않았고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 투자업계에서 매각설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정부 정책을 타고 벤처캐피탈(VC)의 몸값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매자 입장에선 업력이 오래된 VC를 인수하면 단 번에 운용자산과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다. KTB투자증권은 경영권 변경 후 주가가 부진한데 KTB네트워크 매각이 유효한 카드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최근 들어 시장에선 KTB네트워크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의 언급이 자주 나왔다. 특정 M&A 자문사의 어느 임원이 매각 업무를 맡았으며 오히려 그 자문사가 인수하고 싶어서 KTB투자증권을 찾았다는 등 다양한 버전의 이야기가 오간다. 구체적인 몸값도 거론됐다. VC들 사이에선 8월 중순 이후 매각설이 잦아졌다고 본다. M&A 자문사나 금융사 전략부서 등도 실제 매물 출회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KTB네트워크 매각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매각을 검토하거나 시장에 이야기 한 적이 없는데 매각설이 돌고 있다는 것이다. KTB네트워크는 KTB투자증권의 모태격 회사이자 작년 150억원의 배당을 올려준 알짜 기업이라 매물로 내놓으려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시장에서 매각주관사로 거론된 해당 자문사 역시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밝혔다. 증권업계에선 KTB네트워크 매각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대수로울 것 없다는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반대로는 KTB네트워크를 원하는 곳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란 시선도 나온다. KTB네트워크는 VC 1세대이자 사관학교다. KTB네트워크 출신 인사들이 업계 각지에 퍼져 있다. 작년말 기준 운용자산(AUM) 규모는 8635억원이다. 인수 시 노하우와 자산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창업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중복 출자 압박이나 과도한 위험 인수 등 부담 요소가 적지 않지만 큰 기업들은 정부 눈치 때문에라도 VC 육성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자체적으로 VC 지원책을 잘 꾸려왔던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네오플럭스를 인수했다. VC 성격 상 포트폴리오 회수나 펀드 결성, 인력 이탈 등 불확실성이 있었음에도 직접 처음부터 키우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자산운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지주 중 아직 VC를 꾸리지 못한 우리금융지주도 VC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한 대형 법무법인 VC 전문 변호사는 “정무적 판단에서 자유롭지 않은 금융지주 입장에선 VC를 새로 키우느니 기존 회사를 인수해 빨리 성과를 내려는 욕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일반 지주회사의 VC 소유도 허용해줬다. 금산분리 원칙, 대기업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 등을 이유로 걸어뒀던 빗장이 열렸다. 일반 지주회사는 CVC를 완전 자회사 형태로만 보유해야 한다. KTB투자증권은 KTB네트워크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VC로 몰리는 자금과 기회가 많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VC들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평가다.

    • 일각에선 KTB투자증권의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회사 실적은 안정적이지만 주가 부진으로 대주주들의 고민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KTB투자증권은 2017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겪다가 2018년 초 최대주주가 권성문 전 회장에서 이병철 부회장으로 바뀌었다. 이 부회장은 KTB 합류 후 PF 채무보증 수수료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정착시켰으나 주가 상승 효과는 미미하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증권사들이 쾌재를 부르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점치기 어렵다. 실적을 떠나 증권주에 다시 볕이 들지도 미지수다.

      이 부회장은 당시 시장에서 KTB투자증권 주식을 주당 3000원대에, 권 전 회장으로부터는 주당 5000원에 인수했지만 현재 주가는 2000원 중반대를 오간다. 이 부회장은 자금 일부를 은행에서 빌렸는데, 차입 계약은 매년 연장할 수 있지만 주가가 더 하락하면 부담이 커진다. 경영권 인수 당시 우군으로 초빙한 중국 판하이그룹(8.53%, Empire Ocean Investment), 쥐런그룹(4.26%, Alpha Frontier)에도 면이 서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KTB투자증권이 KTB네트워크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액 주주들도 KTB네트워크를 매각할 경우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마침 네오플럭스가 팔리며 거래 가치도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다. 네오플럭스는 2018년 상장을 추진하던 때만큼은 아니지만 금융사가 외면받는 시국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2배 이상의 값을 받았다. KTB네트워크의 작년말 자본총계는 1163억원으로, 같은 가치라면 1400억원 이상의 몸값이 예상된다. 다만 시장에선 만일 판다고 해도 2000억원 이상은 바라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금 상황을 보면 KTB투자증권 현 경영진이 생각하던 계획이 꼬여 있는 셈이라 KTB네트워크 매각을 생각할 수도 있다”며 “VC 인기가 높아졌고 네오플럭스보다 좋은 회사로 보이긴 하지만 가치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