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포트폴리오 바꾸는 SK, 주목받는 비상장 계열사 '쓰임새'
입력 2020.09.03 07:00|수정 2020.09.04 10:03
    EMC 인수전에서 보인 SK '신성장 사업' 청사진
    SK루브리컨츠와 SK건설 등 비상장사 활용 활발
    바이오 'SK팜테코', 통신 'ADT캡스'·'원스토어' 기대
    SK실트론 사업 확장 가능성도 무게감 대두
    • SK그룹의 자본시장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비상장사들의 존재감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의 가운데 서서 거래를 주도하거나, 잠재 매물로서 그룹의 유동성 확보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상장사들의 행보를 가늠자 삼아, SK그룹이 키워드로 삼는 ‘신성장 사업’의 청사진 분석에 주력 중이다.

      최근 SK건설의 EMC홀딩스 ‘빅딜’은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1조원을 넘는 거래 규모도 규모지만, SK㈜가 외부 차입 검토안과 전략 마련을 주도하며 그룹 차원의 거래로 인상을 남겼다. 구조상 SK건설이 전면에 서게 됐지만, 지주사가 함께 사업의 확장 가능성과 그룹사 연계를 고민하며 인수 이후의 분위기를 주목하게 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그간 그룹의 포트폴리오 상에서 주목 받지 못하던 SK건설의 존재감이 달라지는 계기를 확인했다고 전한다. 태영건설의 TSK코퍼레이션이나 아이에스동서의 코엔텍 인수 목적과 같이,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5%이하로 고착화된 상황을 ‘환경 폐기물’이란 캐시카우로 대체하는 움직임은 이번 거래에서도 주요한 이유로 취급 받았다.

      하지만 또 다른 주요 비상장사인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에 대한 기류 변경이 감지되면서, EMC홀딩스의 인수가 SK의 에너지계열사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당초 EMC 인수전과 비슷한 시기 검토를 거듭해온 SK루브리컨츠의 지분 매각 대상은 당초의 전량(100%)에서 현재는 경영권에 소폭 못 미치는 일부 지분으로 방향을 전환 중인 상황이다. 그룹 측이 지분량과 가격 눈높이를 다소 낮춰 거래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루브리컨츠는 자동차용 윤활기유 등을 생산하는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다. 최근 수년간 상각전영업익(EBITDA)이 4000~5000억원을 오갈 정도로 견실하지만 전통적 에너지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려는 SK그룹의 기조와는 다소 떨어진 사업구조다. 때문에 친환경 분야 신사업에 대한 방향성을 드러내면서도 그룹의 재원을 집중시키는 데 SK건설과 SK루브리컨츠 두 비상장사가 명암을 달리하며 활용되고 있단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유럽 등 해외 기관 자금조달의 기준 변경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바뀌었다는 점”이라며 “구호에 그치는 수준이 아닌 것이, 이제 ESG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으면 당장 예전과 같은 투자 호응을 얻기 힘들고 이 점을 지주사에서도 인지하면서 에너지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비상장사의 주목도 상승은 바이오와 통신, 반도체로 대표되는 SK그룹의 다른 ‘핵심 포트폴리오’에도 통용되고 있다.

      특히 SK바이오팜의 성공적인 상장 때문에 주목 받는 의약품 수탁생산기업(CMO) SK팜테코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주목된 SK텔레콤의 비상장 자회사들, 그리고 반도체 소재 기업 SK실트론은 주요한 관심 대상이다.

      SK팜테코의 경우, 글로벌 비교대상(Peer)를 반영했을 시 2~3조원 정도가 거론됐지만 최근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 특유의 유동성과 SK바이오팜의 영향력을 거론하며 “7조원까지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밸류에이션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의 비상장 자회사들 중 원스토어는 최근 불거진 '앱마켓 수수료 논란'의 수혜를 입어 국내 플랫폼으로서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고, ADT캡스의 경우도 최근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금융사들의 강한 기대감이 드러난 바 있다.

      SK실트론 역시 SK머티리얼즈와의 ‘교통정리’가 끝난다면, 소재 사업에 대한 확장 기조가 더해질 핵심 회사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거론되던 SK머티리얼즈와의 합병 가능성도 최근 크게 줄어 자체적인 성장 가능성도 커졌다.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특히 SK실트론의 경우, 설사 합병을 하더라도 SK실트론의 상장이 전제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태원 회장의 지분 처리 문제를 제외하고는 상장 전 기업 가치를 성장시킬 요소들이 충분함으로 향후의 지분 가치가 기대되는 기대되는 비상장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