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주식 내다파는 기관들...증자 규모 축소 우려
입력 2020.09.03 07:00|수정 2020.09.02 17:46
    유증 앞두고 기관투자자 한달 넘게 매도행렬
    8월 한달만 14% 하락…1차 발행가액 영향권
    투자계획·재무흐름 고려시 유증 중요성 큰데
    조달환경 자체는 유리해도 주가전망 불확실
    • 유상증자를 앞두고 한진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매도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1차 발행가액 산정일이 다가오는 만큼 신주 발행가를 둔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한진이 올해 들어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증자의 중요성은 크다. 유상증자에 유리한 시장환경인 만큼 조달 자체는 무리가 없을 거란 시각이 많다.

      그러나 최근 주가 흐름으로 보아 증자를 통한 조달총액이 낮아질 가능성 등은 고민거리로 꼽힌다.

      1일 한진 주가는 전일 대비 3.99% 오른 4만5600원에 마감했다. 전일 지수 조정에 의한 리밸런싱을 마친 외인이 국내 택배업종 전반에 유입되며 7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급 측면을 제외하면 기관투자자가 여전히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은 지난 8월 첫거래일 이후 이날까지 계속해서 한진 주식을 던지고 있다. 한진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15% 가까운 하락폭을 보였다. 8월 한 때 신주 발행예정가 대비 12%까지 격차를 좁히기도 했다.

    • 지난 한 달 간 주가흐름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유상증자 일정 돌입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차 발행가액 기산일은 9월 16일이다. 기산일 종가와 기산일 전 1개월, 1주일 가중산술평균주가 중 낮은 금액에 할인율 20%를 적용해 1차 발행가액이 결정된다. 8월 한 달 동안 주가가 내리막을 이어온 만큼 신주 발행가는 지금보다 낮게 형성될 수 있다. 향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최종 발행가액은 낮은 가액으로 결정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향후 업황이 우호적인 만큼 신주발행가가 낮아질 수록 차익을 많이 남길 수 있다"라며 "공매도 금지 연장 등으로 과거보다 유상증자에 우호적인 환경이긴 하지만, 더 싼 가격에 신주를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 주가는 20% 안팎 수준으로 희석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자산매각 작업이 순항하고 있는 만큼 유상증자를 통해 주가 희석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진은 지난 6월 대우건설에 부산 범일동 부지를 3067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예상 매각가의 세 배 가까운 자금이 유입되는 만큼 유상증자를 통한 추가 조달이 불필요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한진의 투자계획과 재무구조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의 중요성은 크다는 평가다. 한진에 따르면 부산 범일동 부지 매각대금은 내년 1월 유입될 예정이다. 지난해말 동대구터미널에 이어 렌터카 사업부 매각 등으로 유입된 자금을 감안하더라도 택배사업 확대와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선 추가 재원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운송업 관련 한 애널리스트는 "기존 설비 유지비용이나 이미 진행 중인 투자지출까지 따졌을 때 조달환경이 유리할 때 유상증자를 하는 것이 맞는 상황으로 보인다"라며 "그동안 자산매각이 쉽게 풀리지 않던 때를 고려하면 주가 희석 우려는 오히려 작은 문제"라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자체는 무리가 없을 거란 시각이 많다. 최근 CJ CGV나 제주항공 등 대면기반 업종의 유상증자의 경우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약에 많은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한진 주가흐름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주 발행가 하향조정 및 조달총액 감소 등 불확실성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