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청약광풍, 카뱅 신용대출ㆍ주관사 단기수익 급증
입력 2020.09.03 07:00|수정 2020.09.02 17:48
    '빚투열풍'신용대출 급증하자 3일만에 수십억 이자수익 전망
    이자ㆍ수수료 수익에 신규고객 유치도…계열사 상장 효과
    한투ㆍ삼성증권 등, 주관사도 10억 넘는 초단기 운용 수익
    • 카카오게임즈 기업공개(IPO)가 광풍(狂風)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뱅크의 대출 규모도 폭증했다. 극심한 배정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이 핵심 영업기반인 카카오뱅크에 단기 자금 수요가 몰린 것이다.

      카카오뱅크로서는 계열사를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단 3일만에 수십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동시에 젊은 층의 신규고객 유치 효과까지 보게 됐다.

      한국증권과 삼성증권 등 주관사단 역시 역사적인 규모의 청약증거금이 모이며 수억원대의 단기 운용수익을  전망이다. 주관사단은 예상 밖의 공모 흥행에 카카오게임즈로부터 예정에 없던 '성과보수'까지 받기로 한데 이어 적지 않은 가외 수입까지 추가로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카카오게임즈 공모 청약에는 첫날에만 16조4000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모였다. 최종 청약증거금 규모는 58조원을 훌쩍 넘었다.

      청약이 시작된 지난 1일, 카카오뱅크 접속이 일부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후 한때 신용대출 신청시 '접속량이 많아 대출 신청이 불가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노출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자금을 마련하려는 대출 수요가 이날 폭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약한 금액 대비 주식을 배정받는 공모주 특성상, 빚을 내 청약금 규모를 최대로 키우는 '레버리지 투자'는 일상화된 전략으로 통한다. 이런 와중에 증권사 예탁금이 60조원을 사상 최초로 돌파하는 등 카카오게임즈에 청약하려는 대기 수요가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자, 비대면으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카카오뱅크에 대출 신청이 크게 몰린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일일 계좌 혹은 대출증가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카카오뱅크는 이번 기회에서 상당한 수준의 계좌 개설을 얻어낸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도 쏠쏠하다. 카카오뱅크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는 현재 연 2.44%다. 만약 10조원 가량의 신규 대출 수요가 있었다면 4일 환불일까지 3일간 카카오뱅크는 20억원 안팎의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계열사 상장 열풍에 카카오뱅크가 '어부지리'를 누린 셈이다.

      이번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도 호재를 만났다.

      증권사들은 청약증거금을 받아 초단기 자금 시장에서 운용한다. 국내 초단기 자금 시장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시장 규모는 150조원 안팎이다. 초단기 금리는 현재 레포(Repo)가 0.55%, 증권콜이 0.57% 수준이다.

      레포 금리 기준 58조원의 청약증거금을 레포 금리로 이틀간 운용하면 대략 17억원의 부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주관사별로 수억원의 운용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10년대 초 단기금리가 훨씬 높았을 땐 청약증거금 단기 운용으로만 수십억원의 추가 수입이 생겼고, 이 수익을 IBㆍ홀세일ㆍ리테일 부서별로 배분하는 것도 이슈였다"며 "지금은 초저금리로 인해 단기 자금 수익이 예전처럼 크진 않지만, 카카오게임즈 수준의 증거금 규모라면 유의미한 수익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거래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인수 수수료로만 총 공모금액의 2.2%인 85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당초 인수 수수료 규모는 38억원 수준이었지만, 공모가 대흥행하면서 1%포인트의 성과 수수료가 추가됐다. 여기에 증거금 운용 수익까지 합치면 100억원 규모의 수익이 이번 거래 단 한 건으로 주어지게 됐다.

      공모주 청약은 해당 거래에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증권사에서만 가능한만큼, 신규 고객 확보 효과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ㆍ삼성증권ㆍKB증권 등 거래에 참여한 증권사 창구는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8월 한 달간 일평균 계좌개설 건수가 7월까지의 평균 건수 대비 두 배에 달해 (1일) 시스템이 느려지기도 했다"며 "3월 동학개미 열풍으로 계좌가 늘어나던 때와 비슷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