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으로 '변호사' 빨아들이는 쿠팡…상장 임박?
입력 2020.09.04 07:00|수정 2020.09.07 07:20
    쿠팡, 파격적인 스톡옵션 조건으로 입사 권하기도
    50명 수준인 사내 변호사, 100명 목표로 채용 중
    법무팀 강화해 상장 전 잡음 줄이겠단 의도
    스톡옵션 보유 변호사들, 향후 '억대 잭팟' 기대감도
    • 쿠팡이 공격적으로 변호사 채용을 늘리며 스톡옵션 지급을 조건으로 입사를 권하고 있다. 통상 상장 추진 전 스톡옵션을 본격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상장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사내 법무팀을 강화해 법적요소를 꼼꼼히 검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는 평가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급여 패키지를 협의 중인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제안하고 있다. 고정금과 스톡옵션의 비율을 두고 개별적으로 선택해 입사하는 조건으로 협상 중이다. 이런 지급 제안은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스톡옵션은 일반적으로 부여를 결의한 주총일로부터 2년 이상 재임 혹은 재직해야 행사가 가능하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쿠팡에 대해 "경력에 따라 스톡옵션 규모를 맞춰주는 등 개별적으로 협상 조건이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대형로펌 수준으로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 전에 스톡옵션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쿠팡의 상장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은 2021년을 목표로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상장 계획과 일정을 공식적으로 밝혀오지 않았기에 더욱 관심을 받을 만한 행보다.

      쿠팡의 스톡옵션 지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업 초기에 몇몇 임직원들에 지급했는데 현재 대부분 퇴사하며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2~3년 전부터는 외국인 헤드급과 소수 직원들이 지급 받는 등 소위 '물갈이'가 있었다는 평가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력 비즈니스인 이커머스와 법무 부문 등 중요 요직에 외국인 인재들을 영입해오고 있다보니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쿠팡은 빠른 시일 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법무팀 확장은 불필요한 잡음에 대비해 컴플라이언스(준법)를 강화해두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앞서 쿠팡은 로켓배송 배달차량의 영업용 번호판 이슈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현재 사내변호사 수는 50여 명 수준이지만 연내 100여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초대형 기업인 네이버가 20여명, 동종업계 경쟁사인 위메프가 10여명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지난해 재무 여건이 크게 개선된 데 이어 올해 비대면 유통 기업의 기업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지금이야말로 상장 적기라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흑자전환 및 거래액 증가 등 실적에 있어 개선점을 입증할 경우 지난 2018년 말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부여 받은 가치(약 10조원)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당시 기업가치로 GMV(거래금액 규모) 1.4배 수준인 10조원(거래액 7조원)을 평가 받았는데 이 논리대로라면 13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지난해 기준 기업가치는 약 18조원 수준이다.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 상승이 수반하지 않은 스톡옵션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소속 변호사들도 '잭팟' 기대감을 갖고 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등 주요 게임사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대박' 사례도 회자된다.

      이는 동시에 파견 변호사들의 높은 퇴사율로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쿠팡에는 대형로펌에서 파견을 나와 한시적으로 상근하고 있는 변호사들이 다수 있는데, 사내변호사들과 비교해 스톡옵션 등 보상체계는 비교적 약하기 때문이다. 보통 한 달을 못 버티고 퇴사해 '3달 버티면 성공한 파견'이란 후문도 있다.

      마치 상장만이 최종 목표인 것처럼 성과를 압박하는 모양새라는 혹평도 눈에 띈다. '특혜 시비'도 함께 거론된다.

      쿠팡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스톡옵션이 법무팀 혹은 외국인 헤드급, 일부 직원 등 소수에게만 국한되다 보니 직원들 내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며 "게다가 상장 후에 잭팟을 터뜨린 이들이 결국 무더기로 이직할 가능성이 있는데 너무 상장만을 목표로 달리는 모습은 다소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