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스·모트롤 판 두산, 중공업 유증ㆍ인프라 매각 성사해야 한시름
입력 2020.09.04 17:08|수정 2020.09.07 07:17
    두산솔루스·모트롤BG 4일 매각 확정
    사실상 유의미한 현금 확보…총 1조1000억 규모
    두산重 1.3兆 채무상환용 유상증자…절반은 주주 몫
    핵심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성사 여부는 지켜봐야”…신중론 부각
    • 두산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3조원 가운데 1조3000억원을 갚는다. 4일 두산솔루스와 두산모트롤 경영권 매각을 완료하면서, 사실상 유의미한 규모의 현금이 처음으로 유입됨에 따라 채무를 일부 감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에 여전히 1조7000억원 이상의 빚이 남아있는 만큼 핵심으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성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까지 매각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성공 여부는 예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4일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와 유압기기 사업을 담당하는 두산모트롤의 경영권 매각을 결의했다. 두산솔루스는 사모펀드(PEF)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주당 약 4만3000원, 총 7000억원에 인수를 합의했다. 두산모트롤은 PEF 컨소시엄인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약 4500억원에 사들인다.

      두산그룹은 솔루스·모트롤 매각에 앞서 ▲두산타워(7000억원, 5월) ▲두산건설(3000억원, 7월) ▲클럽모우CC(1850억원, 8월) ▲네오플럭스(730억원, 8월) 등을 매각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거나 매각을 완료했다. 이가운데 두산타워는 기존 금융권에 대부분 담보로 잡혀있어 실질적인 그룹이 손에 쥐는 현금 유입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두산건설 또한 배드컴퍼니를 분할한 끝에 겨우 원매자를 찾았으나 이 역시 지분의 일부가 금융권 담보로 제공돼 있어 차입금 감축을 위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기 어려웠다.

    • 이날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와 두산모트롤의 매각을 통해 약 1조1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첫 조단위 현금 유입이다. 두산솔루스 지분의 매각주체는 ㈜두산과 오너일가, 두산모트롤은 ㈜두산에서 분할할 예정이기 때문에 두 회사의 지분 매각은 ㈜두산과 오너일가에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이다.

      두 회사의 매각과 동시에 두산중공업은 4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 총 1조3000억원을 유치해 채무를 상환 계획을 짰다. 두산중공업이 산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은 총 3조원(▲3월 1조원 ▲4월 8000억원 ▲6월 1조2000억원, 수출입은행 만기연장 6000억원 제외)이다. 이 가운데 1200억원은 클럽모우CC 매각으로 일부 상환했다.

      두산중공업의 주주 가운데 ㈜두산의 지분율은 44.8%, 초과청약을 고려하면 1조30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의 지분율은 미미해 청약에 참여하는 규모는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오너일가는 보유하고 있는 약 5700억원 규모의 두산퓨얼셀 지분(23%)을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했다.

      일단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약속한대로 핵심 사업 일부를 매각해 신규 채무40%(3조원 기준)를 갚기로 결의한 만큼 일정 수준의 재무구조개선의 성과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책은행에만 1조7000억원 이상의 채무가 남아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산 매각 작업은 필수적이다. 역시 이 과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과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권 매각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이 계획한 자산 매각 계획 가운데 남이있는 유일한 자산이기도 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이 최대주주로 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시가총액 약 1조7000억원을 고려한 지분가치는 6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조원가량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가치는 핵심 자회사이자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의 최대주주로서 가치가 반영돼 있기 때문에 두산밥캣을 분할하고 사업부분만 매각할 경우엔 현재의 기업가치를 오롯이 인정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부분을 매각하기 위해선 인적분할을 통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과정이 필수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과 우발채무를 떠안는 투자회사와 굴삭기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 등 두 회사로 나누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사업회사는 우발채무에 대한 부담을 덜어냄과 동시에 두산중공업은 보다 수월하게 매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유력 인수후보자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두산밥캣이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반발 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로 투자금융 및 사모펀드 업계에선 DICC 소송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매각 성사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