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법 복잡해진 효성캐피탈 매각전…원매자 대거 이탈
입력 2020.09.07 07:00|수정 2020.09.08 10:30
    효성, 원매자 개별 접촉해 4000억원 재차 제시
    지주사 성낙양 부사장 주도…남은 곳 많지 않아
    실사보고서 나오기 전 잦은 일정 변동 악수(惡手)로
    코로나 여파로 인한 충당금 미비 문제 '변수'
    • 효성캐피탈 매각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전에 두고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알려진 원매자들이 인수 과정을 거치며 대거 이탈했는데, 막판 외국계 원매자들의 이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불확실성이 커진 형세다.

      다만 인수여력과 종결 확실성을 담보할 후보군이 크게 좁혀진 상황이라 큰 변수가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매각자가 바라는 마지노선으로 업계에 알려진 ‘4000억원’을 둔 막판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3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 경영혁신실은 본입찰에 응찰한 일부 원매자들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본입찰 당시 제시된 가격을 상회하는 4000억원 상당의 인수가를 재차 요청 중이다.

      당초 효성캐피탈 매각전은 공개매각 선회와 예비입찰 과정을 거치며 다수의 국내 재무적투자자들(FI)과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들의 인수 의향이 확인된 바 있다. 일부 캐피탈사와 지방금융지주에서도 3000억원 언저리의 가격을 제시하며 의지를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절차가 본격화하며 평안보험그룹 등이 숏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의 1배 이상을 고수하던 효성그룹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서다. 키스톤PE와 뱅커스트릿PE 등 다수의 원매자들도 자금 부담을 이유로 순차적으로 거래에서 빠져나갔다. 오릭스캐피탈은 본입찰에 불참했다.

      이제 원매자들은 에스티리더스PE, WWG, 일본계 신세이은행 정도로 좁혀졌다. 그나마 최근 이름이 등장한 신세이은행 등 일본계 금융회사들은 실사(Due Diligence)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회계법인 사이에선 ‘실체가 없는 원매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효성그룹이 의견을 교환할 만한 후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성그룹은 여러 번 일정 변경을 진행했다. 효성 측은 “일부 원매자의 요청”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결국 가격을 높이기 위한 줄다리기란 말이 나왔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당수의 후보군들이 실사 기한 압박을 느끼며 결정에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원래 지난달 24일까지 바인딩 오퍼(Binding Offer)를 내달라고 했다가, 지난달 초에 다음달 11일로 일정이 밀렸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14일 경영진 프리젠테이션(Management Presentation)을 진행하면서 실사보고서가 나오기도 어렵게 본입찰 시한을 당겼다”고 전했다.

      본입찰 단계를 넘어선 이후에도 효성과 인수후보들은 가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소의 기준 하향이 있었으나, 효성그룹 수뇌부에선 크레디트스위스(CS)가 매각주관 업무를 볼 당시 원했던 PBR 1.3배 수준(5000억원)의 기업가치와 효성캐피탈의 나아진 재무지표를 거론하며 “최소 4000억원”의 기준은 버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반면 원매자는 에큐온캐피탈과 아주캐피탈 등 최근의 캐피탈사 거래를 예시로 “지금 시점에서 캐피탈사를 4000억원 주고 살 순 없다”며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 거래가격이 고수되는 데는 효성그룹 오너와 경영진의 의지가 단호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그룹에서 이번 거래를 이끄는 키맨(Key-man)은 두산동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컨설턴트 출신 성낙양 ㈜효성 경영혁신실장(부사장)이다. 그 이전에는 1964년생 동갑내기이자, 지주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삼일회계법인 출신 김광오 재무본부장(부사장)이 비공식적으로 인수후보들과 접촉했다. 업계에 따르면 처음 거래가 태핑될 당시만해도 PBR 0.7~0.8배 선의 가격이 거론됐다. 자연스레 시장에서는 이 정도 가격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후 김 부사장이 아닌, 성낙양 부사장이 정식으로 거래를 주도하는 과정에서는 이보다 높은 PBR 1배 이상이라는 기준이 제안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매각가격이 높지 않아 김광오 부사장이 업무에서 배제됐고 이는 결국 효성 오너 일가의 의지가 반영된 때문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매각 측과 인수후보간 가격 인식차이는 더 벌어졌다. 반면 효성 측은 "김광오 부사장은 정식으로 이번 거래를 담당하거나 배제된 적이 없으며, PBR 0.7~0.8배가 공식적으로 거론된 적도 없다"라는 입장이다.

      양측 가격 격차에도 불구, 극적 매각 성사 가능성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원매자의 실사법인에선 코로나 사태 여파로 효성캐피탈의 충당금이 조금 부족하다. 즉 가격을 더 깎을 요소가 있다고 봤다. 그 내용이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지금 제안한 가격을 유지한 채로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새로운 원매자를 찾다가 시간을 놓치면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맞게 된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원매자 측에서 효성의 눈높이를 감안해 막판에 인수가격을 조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효성그룹은 이와 관련해 거래와 관련해 “확정된 내용이 없으며,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