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동남아 진출 덕 보릿고개 넘기는 은행들
입력 2020.09.08 07:00|수정 2020.09.09 10:16
    사모펀드·코로나19에 업황 어려워
    동남아서 선전…1H 순익 일부 방어
    대출 금리 20%대…"진출 지속할 듯"
    • 코로나19 여파로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시아(이하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모펀드 전액 배상, 충당금 적립 압박 등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음에도 은행들은 지난해 본격 진출한 해외 자회사에서 일부 손실을 메울 수 있었다.

      동남아권 국가들의 소액대출 금리가 20~30%에 달하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 은행이 국내 점포를 크게 줄이고 해외 점포를 늘리는 조치를 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17.5%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한 탓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은행으로 하여금 하반기 코로나 충격을 대비해 충당금을 늘리라고 주문하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가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연장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필요시 충당금 추가 적립은 불가피하다.

      더불어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를 판매했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금감원의 전액 배상 권고안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해당 은행들은 투자 원금 100%를 배상하게 됐다.

      이처럼 국내 영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해외 법인'이다. 특히 동남아 지역에 위치한 자회사들의 실적 성장에 주목된다.

    •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은 전년동기 대비 4.5% 줄어든 1조24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국외점포 손익은 지난해 상반기 9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09억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손익 중 국외점포의 비중도 0%대에서 3%대로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국외점포 손익이 1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신한은행을 제외하면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전체 순이익 대비 국외점포 손익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코로나 충당금 적립에 대손비용이 증가한 탓에 전년대비 손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의 은행 및 마이크로파이낸스사가 순이익 증가에 큰 기여를 했다.

      가장 큰 순이익 성장을 보인 국민은행은 종속기업 중 동남아 지역 해외점포 보유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 캄보디아 ▲ KB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 ▲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MDI PRASAC Microfinance·이하 프라삭)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 캄보디아와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는 올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32.3%, 47.5% 증가했다. 3월에 지분 70% 선인수한 프라삭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으로 350억원이 인식됐다.

      우리은행도 종속기업의 절반이 동남아 지역의 금융사다. 올해 상반기 미국, 홍콩, 러시아, 브라질 등 해외 은행법인의 순이익은 감소한 반면 캄보디아에 위치한 WB파이낸스와 미얀마에 위치한 우리파이낸스미얀마는 순이익이 모두 2배 이상 크게 올랐다.

      원인으로는 동남아 지역의 소액대출 금리가 높은 편인 것이 꼽힌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때문에 은행들이 실적이 많이 떨어졌는데 해외 법인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분위기"라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동남아 지역은 개발도상국이 많아 대출 금리가 20%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소액대출 금리는 20~30%대 수준이다. 미얀마 정부가 정한 소액대출 연 최고 금리는 28%, 캄보디아는 20%다.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대출금리가 높다고 알려진 국내 햇살론17의 대출금리가 최대 연 17.9%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소액대출을 취급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사들이 호실적을 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연체 걱정도 크지 않다고 전해진다. 미얀마 등 불교 국가는 '빚을 지면 지옥에 간다'는 불교적 세계관 때문에 상환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캄보디아는 담보설정이 잘 되어 있고 빚을 갚지 않을 경우 바로 잡으러 가는 등 충분한 추징을 거친다"라며 "연체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67%를 인수하기도 했다. 지방은행도 동남아 진출 행렬에 가담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DGB대구은행도 미얀마의 소액대출전문기관을 인수해 'DGB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를 설립한 바 있다.

      4대 은행들은 해외 영업점포도 늘리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4대 은행의 국내 점포 개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3개 감소한 3431개다. 반면 해외 점포는 전년대비 138개 증가한 407개다. 특히 국민은행은 해외 점포를 186개나 늘렸다.

      다만 저금리시대인 만큼 선진국의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동남아 지역의 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것은 부담이란 지적이다. 특히 하나은행이 지난해 2대 주주로 오른 BIDV는 동화(VND)와 달러 대출 금리를 각각 1%포인트, 0.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대출금리는 다르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 옛날 1990년대 정도를 생각하면 되며 국민은행이 인수한 캄보디아 프라삭도 예금이 7%대로 국내보다 높다"면서도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심한 만큼 동남아도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각국의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