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IPO 쏠리는데 손가락만…키움證, 브로커리지 입지 '흔들'
입력 2020.09.09 07:00|수정 2020.09.10 09:50
    IPO 주관 證…2030 계좌 개설 증가
    리테일예탁자산도 증가…큰 돈 몰려
    '트레이딩 강자' 키움, 현금성 이벤트만
    • SK바이오팜에 이어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IPO)가 흥행하면서 공모 청약에 대한 관심이 커진 2030세대가 IPO 주관을 맡은 증권사에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이 청약을 위해 거액의 증거금을 납부하면서 해당 계좌에 큰 돈이 쏠리는 모습이다. NH투자증권이나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올해 IPO '빅딜'주관을 맡은 대형 증권사들은 모객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브로커리지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반면 '브로커리지 최강자'로 불리던 키움증권의 점유율은 다소 꺾인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배당 주식이 적은 '인수회사'로서 IPO에 참여하거나 현금 살포 이벤트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올해 들어 키움증권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오류가 잦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의 올해 2분기 트레이딩 수수료 수익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트레이딩 수수료수익 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키움증권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신규 계좌수가 늘었음에도 수수료수익이 줄었다는 것은 해당 증권사의 계좌는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통한 투자 활동은 적었다는 의미다.

    • 키움증권은 그동안 브로커리지의 강자로 꼽혀왔다. '저렴한 수수료'와 '온라인 특화 전략'으로 2030세대 젊은 고객층을 대거 끌어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아주 낮은 수수료로 증권업계에 진출하며 일종의 메기 역할을 했다"며 "트레이딩 시스템도 키움증권은 특이하게 만들어놔서 한 번 사용한 사용자들은 타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키움증권은 낮은 수수료 외엔 트레이딩 강자 지위 유지를 위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다. 반면 IPO 주관사를 맡으며 올해 상반기 공모시장을 달궜던 일부 대형 증권사는 2030세대의 계좌 개설 수뿐만 아니라 청약 대기 수요 덕에 전체 리테일 예탁자산까지 늘고 있다.  IPO 공모 청약을 하기 위해선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의 계좌를 개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큰 규모의 자금이 대형 증권사로 쏠리는 구조인 셈이다.

      SK바이오팜 상장을 주관했던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93만5100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고 그 중 2030 비율은 61.2%에 달한다. 카카오게임즈 상장 주관사였던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 20대 이하 비율이 22.9%에서 26.5%로 늘었다. 최근 청약이 진행된 카카오게임즈의 청약고객수 중 30대 비중이 24%였던 만큼 8월분까지 합치면 2030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증거금 입금에 따라 자금도 해당 계좌로 쏠리며 실제 투자처로 재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올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의 IPO 일반공모 청약에는 각각 31조원, 58조원의 증거금이 몰린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입금된 증거금의 재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청약 환불금을 국내주식이나 해외주식 등에 투자하면 금액별로 추첨을 통해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IPO 주관 실적이 빈약한 키움증권은 현금성 이벤트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타 증권사 계좌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국내주식을 키움증권의 비대면 계좌로 옮기고 거래하면 최대 3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키움증권 계좌를 통해 미국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40달러를 지급하는 이벤트도 실시 중이다.

      그러나 모객을 위한 현금성 이벤트는 과도한 비용이 든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줘서 계좌 개설 늘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마진이 남질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해당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입금시켜 투자에 직접 활용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나마 인수회사로 참여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에서도 배정받은 주식 수가 적다. 키움증권이 배정받은 주식 수량은 14만2600주다. 동일한금액의 증거금을 납입했을 경우 키움증권의 17배가 넘는 249만5500주를 배정받은 대표주관사 NH투자증권보다 청약경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키움증권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의 오류가 올해만 두 차례 나면서 투자자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4월, 5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이 사상 최초 마이너스로 전환했지만 HTS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멈춰선 탓에 일부 투자자들은 6월물로 월물교체(롤오버)를 하거나 선물을 매도하지 못했다. 이어 이달 3일에는 HTS가 테슬라 주식의 액면분할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트레이딩계의 강자였고 지금도 그런 상태"라면서도 "IPO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 쪽으로 규모가 큰 자금이 몰리는 만큼 키움증권도 IB 부문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