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전략 재정비' 불가피한 호텔롯데·호텔신라
입력 2020.09.09 07:00|수정 2020.09.10 09:49
    상반기 이어 하반기도 실적 회복 불투명
    신평업계 "투자 계획 재정비 필요"
    차입금 증가세↑…재무개선 카드 필요성↑
    • 코로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영업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호텔·면세업계를 향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투자계획 수정 및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에도 저조한 영업 기조가 계속되면 이에 대응할 재무 개선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NICE신용평가는 지난 4월부터 호텔롯데(AA)와 호텔신라(AA)를 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에 올려둔 상태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양 사 모두에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3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연말 등급 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7월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이 소폭 반등(전월 대비 12.5%)하면서 회복을 향한 기대가 오르기도 했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이 비교적 코로나가 안정화되고, 제3국 반출이 허용으로 다이궁(중국 보따리상)들이 면세 구매를 늘리면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의 글로벌 재확산으로 호텔·면세업의 전방 산업인 여행 수요의 회복 시기를 점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인한 영업 및 재무 실적 변동폭이 워낙 큰 상태라 하반기 정기평가를 들어가기 전 구체적으로 회사에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확인할 예정인데, 특히 경영진의 정책적인 의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라며 “업황이 올해 안에 좋아지거나, 회사 측에서 파격적인 개선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상황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 사가 국내외 투자를 늘려오면서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고, 우선 현재 계획된 부분은 진행이 되고 있지만 영업환경을 고려하면 향후 공격적으로 자체 투자 및 확장을 이어가는 것이 버겁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 올해 상반기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어닝 쇼크’가 이어졌다. 호텔롯데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8% 감소한 7090억원을 보였고, 적자 규모는 2629억원에 달했다. 1분기(매출 1조873억원, 영업손실 791억원)보다 악화된 수치다. 호텔신라도 2분기 매출(4939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54% 떨어졌고, 515억원의 적자를 냈다. 1분기엔 매출 9437억원( 전년 동기 대비 29.7% 감소), 적자 558억원을 기록했다.

      양 사가 ‘AA급’의 우량 신용도를 유지해온 만큼 당장 유동성 대응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호텔롯데는 3월말 기준 1조7000억원 규모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그룹 내 중요성을 고려하면 계열 지원의지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이다. 또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약 5조2000억원의 계열지분과 9000억원의 투자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등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카드’가 있다는 관측이다.

      호텔롯데는 올해 6월 롯데렌탈 지분 16.37%(1982억원)를 추가로 인수하고, 롯데푸드 지분 전량(372억원)과 롯데캐피탈 지분 중 6.78%(860억원)을 매각했다. 올해 말까지 추가 계열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호텔신라도 올해 3월말 기준으로 2673억원의 계열 지분을 보유 중이며, 5493억원 규모의 토지 및 건물 부동산도 가지고 있다. 담보제공도 전무하다. 삼성 그룹 내에서 사업적으로 중요도가 높지는 않지만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계열로부터의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절대적인 영업 회복이 되지 않으면 펀더멘탈에도 장기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 사는 현금창출력이 악화하는 가운데 차입금 증가 추세가 계속되면서 전반적인 재무안전성 저하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올해 들어 코로나 영향으로 현금창출력이 줄어들면서 1분기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7조2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약 7000억원이 증가했다. 국내외 사업 확장과 계열지분 인수 등 대규모 투자의 상당 부분을 외부 조달에 의존하면서 연결기준 순차입금(리스부채 제외)이 2016년 말 2조8000억원에서 2019년 말 4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리스회계기준 변경으로 약 1조7000억원의 리스부채도 계상됐다.

      호텔신라는 2018년까지 투자규모를 축소하며 차입금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2019년 리스회계기준 변경으로 7930억원의 리스부채가 계상되며 전반적인 차입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 영향으로 실적 타격을 입으면서 1분기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1조56000억원으로 늘었다. 2019년 말 대비 약 54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호텔·면세업계 지원 등 여러 조치가 있었음에도 상반기 영업적자가 크게 발생했는데, 3분기에도 상황이 비슷하면 올해 연간 실적은 예상보다 안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각 사가 일련의 재무구조 개선 조치들을 검토해 볼 시기가 됐다. 연초에 세웠던 투자계획은 지금으로서는 올해 수익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