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한화 리테일 부문 조정 가능성 대두
입력 2020.09.10 07:00|수정 2020.09.11 10:48
    ㈜한화 필두로 포트폴리오 '옥석 가리기'
    불필요 자산 매각 동시에 주력 사업은 강조
    PVC 투자유치 접촉 등 사업부 조정 검토 활발
    한화솔루션 '비주력' 유통 사업 재편 가능성도
    • 한화그룹이 사업재편에 속도를 높이면서 남은 비주력 부문의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넓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던 한화그룹이 효율성을 강조, 지주사를 필두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특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유통과 서비스업 부문들의 사업 추가 정리와 매각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몰리는 모양새다.

      최근 ㈜한화는 이사회를 통해 매출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무역부문에 대한 전반적인 재편 추진을 의결했다. 한화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가 화약/방산, 기계 등 사업부문도 함께 영위하고 있던 곳이다. 회사 측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무역부문의 유화사업을 화약/방산부문으로, 기계사업은 기계부문으로 통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후 철강과 식품 등 불투명한 사업에 대한 정리 의사도 밝혔다.

      현재 한화그룹은 그룹 내 수익성 제고를 지향점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여파가 그룹의 비주력 부문을 중심으로 먼저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그룹의 레저와 서비스업을 담당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골프장(골든베이 골프&리조트) 매각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영업적자는 올해 상반기 712억원으로 지난해 251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반면 주력사업 강화에는 더욱 힘을 싣는 모양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태양광 사업부문에서 EPC(설계, 조달, 시공) 및 판매를 아우르는 사업 영역 확장과 동시에, 미국 니콜라(Nikola)와의 협업을 통한 수소 사업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솔루션 내 PVC사업을 분할해 투자자를 물색하는 안을 검토하며 LP들을 접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밸류에이션 대비 태양광 사업부의 가치가 낮게 측정돼있어 이에 대한 투자유치 니즈도 있었겠지만, 부채와 회사 내 비중 때문에 화학 부문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며 “화학 부문은 적당한 규모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있어 투자 유치 후 현금을 모아오면 태양광 재투자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결과적으로 한화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며,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사업 재편이 나올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움직임들이 코로나 사태로 그룹 내 수익성 악화를 겪는 사업부문들의 대응 차원 조치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것만으론 한화종합화학 기업공개(IPO)와 니콜라의 투자 주체 등 자본시장의 활발한 움직임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시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를 한화그룹의 남은 과제인 김동관 부사장의 승계와 결부시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선 한화솔루션 분할 투자유치 검토를 두고, 일부 LP와 증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리테일이나 첨단소재 사업은 왜 조정하지 않냐” 는 반응이 역으로 대두된 바 있다. 전체 대비 영세한 규모 탓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첨단소재부문의 자동차 소재 사업이나 적자 전환이 잦은 리테일 부문의 면세업, 그리고 자회사 한화갤러리아에 대한 재편이 한화솔루션의 재무지표 개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김 부사장은 ㈜한화의 전략 부문장임과 동시에, 한화솔루션의 전략 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떠오른 한화솔루션에서 김 부사장의 역할론과 성과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한화의 수익성 개선 기조를 한화솔루션에도 적용한다면 이들 사업부문에 대한 조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다만 수소탱크 등 그룹 미래사업에 첨단소재의 일부 사업이 얽혀있다는 점에서, 리테일 부문의 조정 가능성이 보다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물론 지난해 면세점을 철수하며 생긴 손상차손 처리 때문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부채를 처리하고 당장 숫자를 만들 수 있는 부문은 리테일 부문의 재편일 것”이라며 “독과점과 원매자 물색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전향적인 움직임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유통사업 전반의 고민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