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엔비디아 수주는 승전보?…파운드리 '슈퍼사이클' 전운
정낙영 기자 | naknak@chosun.com | 2020.09.16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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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7나노 지연에 이어 美, SMIC 제재 가능성
선단공정서 TSMC와 2파전 압축…'반사익' 기대
엔비디아 GPU 8나노 공정…긍정적이나 '아직은'
애플-TSMC 독점계약 지속에 외부수주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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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고객사로 확보하며 이르면 내년 시작될 파운드리 슈퍼사이클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비메모리반도체 비중 확대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경쟁사 악재와 미중 갈등으로 인한 반사익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로선 1위 사업자를 맹추격하며 빼앗기만 하면 된다는 낙관적 전망도 적지 않다. 선단공정 경쟁이 2파전으로 압축되며 인공지능(AI) 기반 비메모리 수요 확대 국면에서 구조적 모순이 자연스레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대 고객인 애플이 AP(스마트폰 핵심 반도체) 생산 파트너로 TSMC를 고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전망이다.

11일 장마감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주(5만5600원) 대비 6% 이상 오른 5만9000원으로 6만원대 복귀를 점치고 있다. D램 현물가격이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버라이즌 등 굵직한 고객사를 확보한 덕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풍향계인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와 동떨어진 흐름을 보여온 데 따른 우려도 완화하고 있다. 3분기 2년만에 10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가 시작되기 위해선 비메모리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동력 중심이 비메모리 위주로 재편되며 삼성전자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부진해진 것. 엔비디아의 신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주가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포석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TSMC를 추격할 수 있는 외부적 여건은 무르익고 있다.

앞서 인텔은 지난 7월 수율 문제로 7나노미터(nm) 제품군 출시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10나노 공정 수율확보 실패에서 시작된 인텔의 고전이 극자외선(EUV) 선단공정 경쟁 탈락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차세대 제품을 TSMC 6나노 공정에 발주하자 인텔이 선단공정 제품을 외주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에서 선단공정 기술경쟁에 돌입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경쟁이 삼성전자와 TSMC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 속에서 미중 갈등 지속도 주요 변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 화웨이에 대한 3차 제재를 발효한 데 이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중심국제(SMIC)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화웨이 제재의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에 악재지만 SMIC에 대한 제재는 거꾸로 위탁생산 수주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MIC는 퀄컴과 브로드컴 등 주요 비메모리반도체 기업의 고객사다.

엔비디아 수주를 본격화하는 파운드리 경쟁에서의 승전보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이번 엔비디아 수주 소식이 공식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난해부터 예상 범위 안에 있었던 사안"이라며 "10나노에서 파생된 8나노 공정 수주인 만큼 EUV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주력으로 부상한 데이터센터용 GPU GA100을 TSMC 7나노 공정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연구원은 "현재 주가 역시 5G 통신장비 매출확대 및 DRAM 현물가 반등과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며 "재평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추격을 가늠하기 위해선 일단 추후 수주계약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에서 여전히 시스템LSI 사업부 매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삼성전자 내에서 비메모리반도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19%로 이 중 절반 정도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외부 매출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한 만큼 TSMC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지속적인 수주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부문 분사 및 주요 비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뜬소문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매물로 나온 ARM도 삼성전자가 잠재 인수자로 부상했지만 업계 안팎의 의견일 뿐이란 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M&A보다는 기술개발과 증설에 전략의 초점이 맞춰질 거란 관측이 많다.

시스템LSI에 의존하는 구조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재 절반에 달하는 파운드리 내부매출 비중은 내년 40%대로 떨어질 거란 전망이다.

그러나 비메모리반도체 개발과 위탁생산을 동시에 영위하는 구조적 모순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고민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과거 이 같은 이유로 애플의 AP 위탁생산 계약을 TSMC에 빼앗긴 전력이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아이폰12에 탑재되는 A14에 이어 아이폰13 A15 칩 역시 TSMC와 독점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애플이 TSMC 매출비중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이상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상시적 장애물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13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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