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력 높이고 화학 띄우고…대림산업 분할 작업에 투심 냉랭
이시은 기자 | see@chosun.com | 2020.09.17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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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부문 투자 유치·건설 부문 출자 유력
'석유화학 중심 가치평가' 시기상조 분석 대두
주가 지속 하락…회복 시점 불투명 전망도
국민연금 등 기존 대림산업 주주 호응 과제로

대림 내부

대림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윤곽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가운데, 시장의 반응이 다소 엇갈리는 모양새다. 건설 부문을 활용해 오너 경영인의 지배력을 늘리고, 석유화학 부문으로 그룹의 주력이 바뀌는 상황이 투자자들의 호응을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 분할 이후 주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연말 주주총회를 앞둔 대림그룹의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최근 대림산업의 인적·물적분할 작업은 건설 부문을 활용한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배력 강화, 그리고 석유화학 부문의 주력화로 요약된다. 인적분할된 건설 부문인 ‘대림이엔씨(가칭)’은 오너 경영인 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21.67%) 만큼이 지분 스와프(현물출자)가 될 것이 유력해,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물적분할돼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이 대두되는 석유화학 부문과 상반된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분할 관련 IR 발표에서 이 같은 대림그룹의 의사가 보다 명확히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밸류에이션 재평가와 기존 사업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 건설 부문 발표와는 달리, 석유화학 부문은 ‘글로벌 Top 20 석유화학 회사 성장’ 언급 등에서 '메시지가 뚜렷했다'는 말이 나왔다.

한 증권사 지주 담당 연구원은 “사실 석유화학 부문의 투자 의사는 그간의 대림산업 IR에서도 어느 정도 언급됐었고, 오너 경영인의 의지도 시장에 잘 알려진 편”이라며 “대부분의 기관과 증권사들이 이번 발표를 ‘석유화학에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사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림 표

이렇게 그룹이 그리는 ‘청사진’은 발표됐지만, 시장 반응은 좀처럼 긍정적이지 못하다. 분할 절차가 공시된 지난 10일 이후, 대림산업 주가는 3거래일째 하락하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분할 전 9만원대 후반에서 8만원대까지 떨어졌고, 지난 11일 기관들의 순매도량은 20만주를 넘어서기도 했다. 단순 차익 실현을 감안하고서도 가파르게 물량이 빠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역은 “공시 전 기관들의 집중 매수가 있으면, 직후 주가가 빠지는 상황은 비교적 흔하기 때문에 단기적 이슈로 볼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회복 여부인데, 대림의 경우 이미 밸류에이션이 낮은 수준에서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 조정 기간에 대해서도 예상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이미 타 경쟁사와 기업가치를 비교했을 때 주가수익비율(PER) 전망이 약 4배에 그치며 건설업종 평균인 5배 초반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기관들이 보유해오던 주요 목적인 ‘대형 건설주’로서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가운데, 고질적 문제로 손꼽히는 배당 등 주주환원책의 부재도 동시에 언급되며 발목을 잡고 있다.

그룹이 원하는 화학 사업의 가치 평가도 아직은 방향을 특정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붙는다. 대림산업 측은 이번 분할 관련 IR 발표에서 PE(폴리에틸렌) 상업화 공장 신설, 합성고무와 친환경 접착제 소재 시장 진출 등 여러 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운스트림에 편중된 사업 수익을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은 빠져있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다.

한 증권사 석유화학 담당 연구원은 “이번 석유화학 관련 발표를 들으며 느낀 점은, ‘그래서 석유화학 부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예측 가능한 정도의 투자 규모와 글로벌 목표치 제시가 있었지만, 스페셜티 제품 기술력 확보나 업스트림 확대를 통한 단가 경쟁력 확보, M&A 방향성 등이 없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단기적으론 연말 있을 주주총회에서의 주주들의 찬반 여부를 가늠키 어렵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외국인 투자자와 국민연금의 지분이 절반 이상이며, 특히 국민연금의 지분이 약 13%에 달한다.

한 증권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국민연금 역시 오너 지배력 강화를 염두 해둔 분할 구조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동의할 만한 ‘명분’을 안겨주는 것인데,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하면 그 ‘명분’을 획득하는 게 어려워져 분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15일 16:3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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