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손보 모회사 바꾼 한화그룹...'시너지 포기'일까 '물주 확보'일까
입력 2020.09.18 07:00|수정 2020.09.21 09:23
    1호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보, 한화운용 밑으로
    한화손보 자금 확보…캐롯손보도 자금조달 용이
    "한화 차남, 사업성 하락에 떼내나" 의혹도 제기
    •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이 대기업들과 손 잡고 세운 디지털 손보사 캐롯손해보험(이하 캐롯손보) 지분 전량을 한화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캐롯손보는 1호 디지털손보사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공들인 사업으로 알려져있다.

      한화손보는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캐롯손보는 비상장사인 한화자산운용 산하에서 향후 사업확장을 위한 자금 지원을 보다 용이하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평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디지털 손보사의 정체된 수익성을 감안해 사업적 시너지보단 단순 투자 포트폴리오로 사업 전략을 선회하려는 시도가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화손보는 최근 계열회사 캐롯손보에 대해 보유하고 있던 지분 68.34%를 한화자산운용에 매각키로 했다. 이번 매각으로 한화손보는 542억원의 일회성 이익을 확보한다.

      한화손해보험이 2019년 1월 SK텔레콤과 현대자동차와 함께 설립한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인핏손해보험'이 현재의 캐롯손보다. 캐롯손보는 2019년 1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허가를 받고 올해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올 초 한화자산운용이 한화생명으로부터 유상증자로 받은 자금을 한화손보에 넘겨준 모양새가 됐다. 올해 3월 한화생명은 자회사 한화자산운용에 51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 바 있다. 해당 자금을 통해 해외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화생명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주시키며 공사비를 받지 않고 무료로 인테리어를 해준 데 대해 금융감독원이 대주주 거래 제한 위반으로 판단하며 한화자산운용도 대주주 적격성 제한에 따라 해외 자산운용사 인수가 어려워졌다.

      용처가 애매해진 자금을 일단 국내 계열사에 지원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 게다가 한화손보는 재무안정성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손보는 고금리상품 역마진으로인해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고, 금융감독원의 경영개선절차를 밟고 있다. 전망도 당분간은 밝지 않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한화손보의 순이익이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자동차 보험료 증가 추세가 가시화됨에 따라 손해율 하락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한화손보의 이익창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캐롯손보에 대한 지원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화손보 매각설이 제기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분석된다. 한화손보의 자회사를 정리해 매물 부담을 줄이고, 향후 손보사업은 운영비 부담이 적은 디지털손보사 캐롯손보에 집중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반면 캐롯손보는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주력하고 있는 보험 상품은 '자동차 보험'인데 이미 포화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인터넷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이 외에도 대형 손보사인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점유율을 대거 차지하고 있어 중소형 손보사의 입지는 좁은 편이다.

      제한된 보험 포트폴리오에 대한 내부적 고찰도 이뤄지고 있지만 개선하긴 쉽지 않다. 캐롯손보는 자동차 보험 외에 해외여행, 레저상해, 펫산책보험 등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손보사는 지금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고, 고객이 알아서 가입하는 다이렉트가 활성화돼야 함께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캐롯손보는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회사다. 한화생명에서 디지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동원 상무가 캐롯손보 설립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는 까닭이다. 특히 김 상무는 SKT와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위치 기반 보험상품을 제공하고, 디지털로 전환된 금융사 경영실적을 통해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새로운 방향으로 키워가려는 의지가 컸다는 후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를 가져가는 사업으로 삼으려다 순수 투자로 목적 돌린 것 같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며 "지금의 시장 구조에서 온라인 보험하면 마이너스가 나는 게 일반적인 만큼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개척하느냐가 이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