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깔딱고개' 넘은 교촌에프앤비, 프랜차이즈 업태 우려는 '여전'
입력 2020.09.18 07:00|수정 2020.09.22 11:47
    일정 완주시 식음료 프랜차이즈 '1호' 직상장
    "그간 평가 박했는데"…예심 통과 배경 '주목'
    긍정적 변화 담아도…단일브랜드 한계는 우려
    기업가치 관심 커지는데 시장 눈높이 맞아야
    • '프랜차이즈 직상장 추진 1호' 교촌에프앤비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배경에 금융투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심 통과를 위해 내세운 비전부터 기업가치 평가까지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동종 업계 직상장 시도가 번번히 좌초한 만큼 업계 전반이 거는 기대도 크다. 증시 유동성 환경이 풍부하고 IPO 흥행이 지속되는 등 시기는 적절하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프랜차이즈의 증시 입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시장의 눈높이에 부합해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최근 상장위원회 심의에서 교촌에프앤비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예심을 청구한 시기가 4월인 점을 고려하면 통상적인 심사 기간의 두 배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진통 끝에 직상장을 위한 길을 열어준 만큼 거래소 역시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거래소를 비롯해 투자금융(IB) 업계에서 외식업 프랜차이즈는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외식산업 경기가 꾸준히 침체하는 가운데 가맹본부 사업의 수익모델이 시장 안팎에서 마찰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교촌에프앤비 역시 이런 우려를 딛고 넘어서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상장에 성공할 경우 동종업계 후발주자에 기준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IB업계의 새 먹거리로 떠오를 거란 기대감도 있다.

      현 시점 교촌에프앤비를 둘러싼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상장을 위해 어떤 성장 스토리를 마련했는지로 좁혀진다.

      증권사 IPO 담당 한 임원은 "해마로푸드 우회상장 당시만 해도 외식 프랜차이즈가 무슨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는 식의 회의적 평가가 많았다"라며 "우회상장 방식으로 증시에 입성한 프랜차이즈가 있는 만큼 국내 최대 규모인 교촌에프앤비는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직상장을 내주는 데는 그만한 무기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라고 전했다.

      외식업 프랜차이즈 산업의 경우 대부분 매출이 가맹점을 통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재무제표 상 제품이 아닌 상품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고 매출원가율 역시 타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사업 초기 마케팅비를 풀어 사업주를 모집하고 가맹점을 통해 이익을 환수하는 식 이익모델이 업계 전반에 뿌리내렸다. 가맹점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이익을 끌어오느냐에 따라 주주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해관계 충돌 문제가 빈번하게 불거진 배경이다.

      이 때문에 교촌에프앤비가 가맹점주와의 상생방안 등 비(非)시장 메시지를 대폭 담았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과거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역시 가맹점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의 상생모델을 내세운 것이 거래소 상장 승인의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음식료 담당 한 연구원은 "잠재 가맹점주의 진입장벽을 낮춰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고 R&D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갖출 경우 프랜차이즈 산업 역시 성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일본의 사례도 있고 과포화 우려 속에서 살아남은 국내 프랜차이즈 역시 이 같은 모델로 변화해온 것이 관측된다"라고 설명했다.

      상생과 주주가치는 양립이 쉽지 않은 이슈다. 본사의 매출 규모와 수익성이 커져야 주주가치도 커지는데,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폭이 클수록 본사의 수익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촌에프앤비가 질적 심사 과정에서 제시한 전략이 조만간 공모 절차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가맹사업 확대 가능성에도 불구, 교촌치킨이라는 단일 브랜드 한계는 뚜렷하다. 교촌에프앤비는 아직까지 신규 브랜드를 성공시킨 사례가 없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해외진출 및 신규 브랜드 개발에 사용할 거란 전망도 나오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한 셈이다. 해외진출의 경우 아직까지 6개국 37개 점포에 불과하다. 냉동간편식품 사업 진출방안 등도 거론됐지만 경쟁상대가 대기업 계열사인 데다 자칫하다 주력인 외식사업과 시장이 겹칠 위험도 있다.

    • 이를 극복하려 뻔한 성장스토리를 반복해선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시장에서 직상장 1호 프랜차이즈로 더본코리아를 점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라며 "거래소에 이어 시장을 설득시키기 위해선 그간 증시 문을 두드린 프랜차이즈보다는 나아진 스토리를 내와야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을 거란 분석도 많다. 교촌에프앤비는 과거 상장폐지된 MP그룹과 마찬가지로 최대주주 리스크가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롯데 출신 소진세 대표이사를 영입하며 수익성 개선과 동시에 내부통제 등 윤리기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제야 정상적인 사업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교촌에프앤비의 예상 기업가치에 대해선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다.

      현재 교촌에프앤비의 기업가치는 3000억원 안팎이 거론된다. 아직 증권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만큼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유사회사나 평가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교촌에프앤비가 첫 사례인 만큼 제시한 기준은 더본코리아 등 후발주자의 상장추진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거란 평이다.

      증권사 IPO 담당 한 임원은 "동종 업계 내에서 평가 기준으로 삼을 만한 상장사가 제한적인 만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라며 "만약 교촌에프앤비가 내놓은 평가모델이 시장을 납득시키지 못할 경우 프랜차이즈 상장에 대한 우려가 재부상하는 것은 물론 거래소 역시 난처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