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은 우량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20.09.21 07:00|수정 2020.09.18 17:38
    신평사, 넷마블 첫 신용등급 평정 작업 중
    빅히트·카카오게임즈 투자로 확장성은 높지만
    자체 보유 IP 없고 비용 지출 과도하다는 우려도
    엔씨소프트(AA-) 수준 받기 어려울 수도
    • 신용평가사들이 넷마블로부터 의뢰받은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평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넷마블의 공모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인데 신용등급 부여도 처음이란 점에서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두 차례 공모채를 발행한 경험이 있는 동종기업 엔씨소프트가 평정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넷마블이 엔씨소프트(AA-/긍정적)처럼 우량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넷마블은 지난 2월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코웨이 리파이낸싱을 위해 공모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넷마블로부터 신용등급 평정을 의뢰받아 재무지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KB증권·NH투자증권과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해 발행 조건을 협의 중이다. 이들 주관사는 지난해 공모채를 발행한 엔씨소프트의 공동대표주관사를 맡기도 했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총 4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했고 당시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로부터 AA- 등급을 부여 받았다.

      발행 당시 주관사들은 기업 실사 과정에서 동종기업인 넥슨코리아와 네오플의 재무지표를 참고했다. 엔씨소프트가 국내 상장 게임사 중에선 공모채 시장에 유일하게 데뷔했다는 점에서 이번 넷마블 평가 기준은 엔씨소프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넷마블로선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지분투자 성과가 최근 두드러지며 기업가치가 수직상승 하던 와중에 첫 신용등급 평정이란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엔씨소프트에 못 미치는 기업'이란 평가를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에 있어서 기업 신용등급이 우량등급 이상일 것을 명문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우량등급 평정은 의미가 있다. 3년 만기 일반 무보증사채를 기준으로 AA-등급의 금리가 대략 1.5%대, A+등급은 이보다 높은 1.8%대를 기록하고 있어 발행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 넷마블의 시가총액(약 16조원)은 엔씨소프트(약 18조원)와 비슷한 편이지만 실적은 크게 못 미친다. 넷마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7억원으로, 4790억원을 기록한 엔씨소프트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규모도 3208억원으로, 6000억원 수준인 엔씨소프트에 못 미치고 있다.

      크레딧업계 내에서도 엔씨소프트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투자위험요소에 기반해 넷마블의 재무여력 및 기초체력이 엔씨소프트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A-등급, 즉 우량등급에 못 미치는 A+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관계자들은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와 비교해 ▲등급평가 핵심인 지적재산권(IP)이 부족하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발비 및 마케팅 비용이 더 높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확장성은 높게 평가받지만 그만큼 변동성과 불확실성도 높다고 말한다.

      엔씨소프트는 리지니,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을 보유한 대표적인 IP 홀더 기업이지만 넷마블은 대부분의 신작이 자체 IP가 아니라 외부 인기 IP를 활용해 개발되는 식이라 이익률이 낮은 편이다. 다른 게임사와 비교해 영업 레버리지가 적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얘기다.

      신평사들도 게임사들의 등급을 평가할 때 자체 IP를 통한 해외 진출 혹은 로열티 수입 증가에 따른 현금창출능력 여부에 중점을 둔다. 한신평과 NICE신평은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올렸는데 그 이유로 "다수의 흥행 IP를 기반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의 사업 및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했다"라고 분석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도 같은 맥락에서 "직접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통상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자체 IP가 없는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에 비해 재무적인 성과가 좀 떨어진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마케팅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는 점도 지적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분기당 마케팅비로 약 200억원씩 지출하지만 넷마블은 1분기 950억원, 2분기 1312억원을 지출하는 등 분기당 규모가 1000억원대다. 높은 연구개발(R&D) 비용도 우려 요소다. 다른 관계자는 "R&D 비용을 늘리면서 자산으론 반영했는데 매출로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면 채권 측면에선 페널티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엔씨소프트, 빅히트, 코웨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넷마블은 투자 주식가치만 4조원이 넘는다. 이에 투자업계도 전략적 투자에 따른 확장성과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다만 크레딧 관점에선 투자자산 규모가 시가총액의 약 4분의 1에 이르는 만큼 불확실성과 변동성도 크다는 지적도 함께 따르고 있다.

      평가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전략적 투자로 확장성은 높게 평가 받지만 투자자산을 제하면 영속 가능한 기업인지 의문도 있다. 본질은 게임회사란 점에서 게임 관련 자산만 놓고 평가해야 하는데 현금 창출 근원인 IP가 없다는 점이 등급평가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투자회사라고 생각하면 최근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이지만 신평사가 내리는 등급평가의 핵심은 결국 게임업에서의 성과란 점에서 엔씨소프트보다는 평가가 못 미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