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지켜라…국정감사 앞두고 방어 나선 금융사들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20.09.2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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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등 대형 사고 잇따르며 눈총
작년 DLF 국감 이상으로 공세 받을 듯
금융지주, 출석 증인 직급 낮추기 고민
법무법인 대관 라인 활용해 위험 줄일듯

금융사들은 작년 라임사태 이후 환매중단이 잇따르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피해자가 많고 금액도 크다 보니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십자포화가 예상된다. 금융사들은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보다는 실무 임원을 증인으로 내보내거나 질문의 수위를 낮출 방안을 법률자문사와 검토하는 분위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말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를 냈다. 정무위원회 분야에선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 등 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들도 있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모펀드 감독’이다. 2019년 이후 라임사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 문제가 이어지며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DLF 문제는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당시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무위 국회의원들의 날선 질타가 있었고, 증인들은 연신 사과의 뜻을 밝혀야 했다.

국정감사

이후에도 수많은 사모펀드의 부실이 드러났다. 5대금융 지주 소속 은행과 증권사 모두가 불완전 판매, 혹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을 통해 부실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작년 이후 환매중단을 겪은 펀드만 30여가지고 피해 역시 수조원을 훌쩍 넘는다. 몇 해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동양사태 때보다도 피해가 크다. 일반 국민의 피해가 많은 사안이라 ‘스타 등극’을 노리는 국회의원들의 공세가 예상된다.

올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금융감독원을 감찰했다.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감독책임을 살피려 했다거나 금감원장을 압박하려 했다는 등 시선이 엇갈렸다. 금융권에선 감찰의 배경이 은행들의 ‘민원 제기’이며 이 때문에 금감원이 은행을 벼르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작년 국정감사 때 금감원의 하나금융에 대한 공세가 올해도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정무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영입된 금감원 출신 인사가 정보 취합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사안이 중하다보니 금융사들은 행여나 일이 커지지 않을까 고심해야 할 상황이다. 금융지주의 경우 회장이나 핵심 계열사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이 가장 부담스럽다. 새로 임기를 부여받은 경우든, 앞으로 또 한 번 일을 맡으려는 경우든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증인 소환이 부담스럽고, 여당 정무위 간사가 증인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개인 의사’를 밝힌 것은 반갑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대관 역량이 강한 대형 법률자문사의 도움을 받아 국회와 소통하려는 모습이다. 금융지주 회장을 불러봤자 사실관계 파악엔 도움이 되지 않고 망신 주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느니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임원 정도가 증인으로 나서는 것이 낫다는 읍소다. 아울러 질문의 내용도 감정적 공격보다는 실체적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로 완화해주길 바라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들이 금융지주들을 도와 국정감사 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은 증인의 직급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답변도 책임을 따져 신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법인으로부터 족집게 교육을 받으면 위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법무법인들도 반짝 특수를 누린다.

금융지주나 은행들은 감독당국이 정기 검사를 나올 때도 대형 법무법인을 고용하는 추세다. 법무법인의 정보망을 이용해 예상 질문과 공세를 살피고 답을 내는 ‘예행 연습’을 하는 것이다. 여러 해 전 김앤장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만든 것인데, 한 번에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김앤장은 금융감독당국 출신 고문만 수십 명에 이르고,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태평양),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율촌)도 고문으로 활약 중이다. 최근엔 광장이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을 금융증권그룹 고문으로 모셨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대형 법무법인들이 금융지주 한 두곳씩을 도와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금융지주 회장이 국정감사에 참여해봤자 모양만 빠지고 아는 것도 없으니 실무 임원들을 증인으로 하는 것이 낫다는 점을 국회 쪽에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21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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