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넷마블, 유일한 실기(失期)는 크래프톤?
하지은·이지은 기자 | hazzys@chosun.com | 2020.10.15 07:06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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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PO 최대 수혜자라는 넷마블
크래프톤 지분투자 최종 단계서 고사
본업 경쟁력 위해 게임사 M&A 나설 가능성

넷마블 본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大魚)들에 일찌감치 투자해 '투자의 귀재' 호칭이 붙은 넷마블. 아쉽게도 투자 기회를 놓친 기업은 있었다. 내년 기업공개(IPO) 시장 등장을 예고한 게임사 크래프톤이다.

넷마블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넷마블은 투자 건마다 대박이 나고 있다. 2~3년 전부터 투자해 온 성과가 조금씩 나오면서 대규모 평가차익을 올리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유일하게 투자 기회를 놓쳐서 아쉬움이 남는 기업이 크래프톤"이라고 밝혔다.

넷마블은 당초 크래프톤 비상장주식을 취득해 상장 시세차익을 남길 계획이었으나 투자 직전 막바지 단계에 최종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틀그라운드만 보유한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란 점에서 수익구조에 한계가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당시 사드 영향으로 크래프톤을 포함한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투자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퀀텀점프 도약대로 기대했던 중국 판호 활로도 찾기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마지막 구주 거래로 평가받은 기업가치 5조5000억원 이상으로 IPO 시장에서 인정받기는 어려울 거라 판단해 결국 투자를 최종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재 크래프톤은 이에 6배에 달하는 30조원 수준까지 거론되며 'IPO 최고의 대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손 대는 것마다 투자 대박이 나며 '투자의 귀재' 수식어까지 붙은 방준혁 의장에게도 크래프톤 투자 기회를 놓친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후문이다.

IPO 대어들의 지분을 대부분 보유해 올해 상장 시장 최대 수혜자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크래프트 실기가 유독 뼈아픈 이유가 있다. 넷마블은 국내 게임업계 3강 중 하나지만 본업인 게임보다도 투자로 주목받으면서 본업 역량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투자회사로는 최고 회사지만 게임사로서는 아쉽다는 평가다.

최근 흥행한 회사채 수요예측도 본업보다도 투자자산 덕이 컸다. 모집액 7배에 달하는 투자수요가 모였는데 빅히트 2대주주라는 점에서 자산운용사·보험사·은행 등 회사채 시장의 주요 투자자들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냈다. 실제로 넷마블의 자산 비중을 따져보면 7조3000억원 중 5조원이 넘는 금액이 M&A로부터 비롯됐다. 게임업의 두 배 이상 금액을 투자에 쓰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도 넷마블의 투자 자산가치 기대감이 높은 것은 맞지만 본원적인 경쟁력이 제고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게임 사업의 가치가 향상되기 위해서는 기존작보다 신작의 성과가 중요한데 상장 이후 신작의 성과는 기존작 매출 하락을 만회하지 못했다"면서 "신작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개선시키는 모습을 보일 때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도 본업도 잘하는 회사란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개발사 등 게임사 M&A에 나설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간 투자업계 내에선 넷마블이 코웨이 인수 이후로 현금 곳간이 급격히 줄면서 추가적으로 지분투자 및 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 5월말 인수한 애니메이션 영화·비디오물 제작 회사 '키링' 투자 방식을 두고도 당초 계획된 직접 투자가 아니라 산하 개발사 '넷마블엔투'로 우회 투자했다는 점에서 "넷마블이 인수금액 53억원 충당도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는 추가 M&A에 우호적인 여건이 만들어졌다. 최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 800억원을 뛰어넘는 수요가 모이면서 발행금액을 2배 이상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발행액이 늘어나면 당초 사용할 계획이었던 과천 지식정보타운 개발사업 투자 및 신규 게임 마케팅 비용 이외에도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할 수 있다.

새롭게 투자 전략을 담당할 인력을 모집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내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넷마블은 밸류에이션을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인물과 투자 분석 담당 '딜 코디' 이외에도 게임업에 정통한 새로운 투자 인력을 모집하는 등 투자전략 부서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0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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