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LG화학 물적분할 논란…투자자 눈치싸움 시작
입력 2020.10.21 07:00|수정 2020.10.22 11:12
    호실적·주주환원책에도 주가 '요지부동'
    배터리 프리미엄 고려하면 '오른다'지만
    "주가는 배신감으로도 떨어질 수 있어"
    非배터리 성장공약 주주 반응은 '미지수'
    • LG화학의 전지사업부 물적분할 여부를 가를 임시주주총회가 다가오며 주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분할상장을 통한 전지 사업부 재평가와 LG화학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두고 저울질과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최대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 폭락이 이어지며 배터리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 12일 LG화학은 이례적으로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명목상 주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 판단을 돕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호실적으로 분사 우려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LG화학 주가는 실적발표 이후 3거래일 만에 10% 폭락했다. 주총 이전까지는 실적 기대감보다 분사 관련 불확실성이 주가를 움직인다는 점만 확인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14일에는 연결기준 30%, 최소 1만원 이상의 배당정책을 3년간 시행하겠다는 내용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물적분할로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LG화학의 100% 자회사가 되는 만큼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LG화학은 신설법인을 상장하더라도 70~80% 수준의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며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 등 주주 달래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 투자금융(IB) 업계에서는 상장계획이 구체화하더라도 LG화학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올라갈 것이란 목소리가 많다.

      증권가는 물적분할이 확정되더라도 기업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설법인의 기업공개(IPO) 시점과 지역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 1년 동안은 전지사업의 가치가 LG화학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지사업의 가치는 50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LG화학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일각에서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점유율 전망을 보수적으로 반영해 사업가치를 하향조정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그럼에도 배터리 사업의 중장기 성장성과 주주가치 확대를 점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다수 증권사가 LG화학에 대해 100만원 안팎의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이다.

      분사 이후 전지사업부 가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LG화학 전지사업부는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 후에도 순수 배터리 업체인 CATL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저평가돼왔다. 상장으로 LG화학 보유 지분이 희석되고 투자중복으로 인한 순자산가치 할인을 가정하더라도 LG화학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신설법인 주식을 싼 값에 넘기는 식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가 아니라면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라며 "물적분할을 통해 순수 전지회사로 재평가를 받고 글로벌 1위 프리미엄을 부여받을 경우 40% 수준의 할인을 가정하더라도 LG화학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의 성토는 여전하다. 대부분이 LG화학과 신설법인의 절연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장 이후 신설법인 가치가 LG화학 주가가 따로 갈 수 있다는 공포감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의 흑자전환 이후 단기간 내 50% 이상 수익을 안기며 국민주 반열에 올랐다. 그만큼 정량적 접근만으로는 우려를 잠재우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배터리 분사 공시 이후 LG화학이 분사를 통한 성장 계획이라는 달을 가리키면 주주는 손가락 격인 주가 그래프만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절연 가능성과 주가 하락에 대한 걱정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LG화학 내부적으로는 주주환원 정책 확대 외에도 배터리에 가려진 기존 사업부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최소 1년의 시차를 두고 배터리 신설법인 가치가 LG화학의 기업가치에 얼마나 반영될 지가 투자자 인식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배터리 외 사업부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은 배터리 외에도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과 첨단소재·생명과학·팜한농 등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LG화학은 주총을 앞두고 분할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기존사업부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2024년까지 기업가치를 59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내용의 비전을 발표했다.

      3분기 최대실적의 주역인 화학 사업의 경우 최근 내구재 수요 증가와 함께 원료 마진이 개선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첨단소재 부분은 LCD 편광판 사업 매각 이후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해 성장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생명과학 부문에서도 해외시장 확대와 신약개발 가속화를 통해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 수준에 걸맞은 가치를 부여받겠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그러나 이 같은 고민이 배터리에 대한 투자의지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 내 첨단소재 부문의 양극재 내재가치도 주목받고 있고 생명과학 부문은 성장성만으로도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여가 가능하지만 배터리 성장성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과거 LG생명과학 흡수합병 당시에도 그룹 차원 지원과 M&A를 통한 성장을 예고했지만 기업가치는 합병 전보다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