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신재생 뿐?…증권사들, 실물자산 투자처 '어디 없나'
입력 2020.11.02 07:00|수정 2020.11.03 09:39
    물류센터 투자 몰리자 몸값 과도히 상승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투자도 부담 커
    證선 "뭐라도 해야하긴 하나 향후 리스크"
    • "최근 다들 물류센터 투자에만 매달리니 몸값이 하늘로 치솟는다. 저금리 시대에 고밸류를 받는 자산 관련 투자에 금리를 높여 대출해주는 증권사들은 추후에 리스크를 안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A 증권사 관계자)

      코로나19로 해외 부동산 투자가 막힌 국내 투자자들이 물류센터 투자에 쏠리고 있다. 물류 관련 부동산 자산의 자본환원률(Cap Rate;캡레이트)이 떨어지는 등 해당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는 이유다. 관련 자산 투자에 대출을 해주는 증권사들은 미상환 리스크 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물류센터 외 정부 정책에 따라 권고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투자도 금융사에겐 부담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 투자한 이후 기관투자자들에게 재매각(sell-down;셀다운)을 해야 하는데, 이를 어렵다고 보는 보수적 시각이 많은 등 투자회수(Exit)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기대수익률이 꺾일 경우 추가로 지분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물류센터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온라인 쇼핑 매출액은 130조원대로 2013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 택배 물동량도 2배 정도 늘었다.

      투자자들은 국내 물류센터 투자에 대거 나서는 모습이다. 행정공제회와 경찰공제회는 평택에 위치한 BLK평택물류센터를 1976억원에 매입했고 여기엔 쿠팡, 원진물류, KJ네트웍스 등이 전체 임차 비중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DWS자산운용과 케이리츠투자운용 등 자산운용사들도 각각 639억원, 2242억원 규모의 물류센터를 매입한 바 있다. 미국계 펀드가 와이앤피자산운용을 통해 여주에 위치한 무신사 물류센터를 530억원에 신규 투자하는 사례도 있었다.

      물류센터의 몸값이 치솟는 까닭이다. 순임대소득을 매입가격으로 나눈 비율인 캡레이트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습이다. 2019년 수도권 주요 권역에서 상온 물류센터는 5% 중후반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올해 1분기 기준 5% 초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캡레이트의 분모에 해당하는 부동산 매입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올해 뭐라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모두가 물류센터 투자에 미쳐있으니 몸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반대로 아마존이 물류센터를 파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레버리지를 땡기기 위한 목적이거나 매각을 통해 물류센터 관련 비용 지출도 줄이려는 목적일 것인데 아마존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기업 투자 수요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물류센터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곽에 위치한 물류센터 특성상 공실률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리스크가 이미 요구수익률에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이자율과 위험 비용이 포함된 요구수익률이 기대수익률보다 높을 경우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고평가된 자산에 대한 투자에 대출을 해주는 증권사들도 표정은 썩 밝진 않다. 대출 미상환 문제가 추후 또다른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대체투자에 정통한 한 증권사 애널은 "물류센터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는 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라면서도 "물류센터의 단점 중 하나가 공실이 발생하면 투자자를 찾지 못한다는 것인데, 물류센터는 워낙 외곽인데다 수요자가 특정하게 있지 않는 한 추후 투자자를 찾기 힘들어서 요구수익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 외 주목받는 투자처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투자'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발맞춰 금융사로 하여금 해당 자산에 투자하길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지주 산하에 있는 일부 운용사들은 '보여주기식'으로 관련 펀드를 만들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폭탄돌리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발전소는 환경 변화에 취약해서 수익률 변동성이 클 뿐만 아니라 기대 수익률이 깎이게 되면 추가로 지분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는 상황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수익률을 정해놓고 맞추는 것이 어렵다"라며 "셀다운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엑시트 전략을 짜기도 어려워서 장기적으로 보면 폭탄돌리기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