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새 이름은 '산은 총독부’?…트로피 없이 권위만 세운 2020년
한지웅·위상호 기자 | hanjw@chosun.com | 2020.11.19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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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KDB생명 모두 불발
금호·두산 등 돈 넣은 그룹엔 무소불위 권력
인사·재무 등 핵심 경영은 산은이…결국 ‘총독부’ 별칭도
제주·대한항공 등 편입 기업 늘어날 듯
산은發 구조조정 성과는 언제쯤?

산업은행은 올해도 구조조정의 첨병 역할을 했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는 많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자 급히 한진그룹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는데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다른 굵직한 관리기업들의 향방도 점치기 어렵다. 구조조정 ‘조급증’에 변칙적인 수를 택하며 잡음을 키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시달린 기업들은 산업은행은 ‘산은 총독부’라 칭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1기 이동걸 체제의 최대 치적이 될뻔했으나 무산됐다. 2기들어 분주하게 처리 방안을 모색하더니 한진그룹을 인수자로 끌어들였다. 항공업 통합의 필요성,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명분을 제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처리하고 싶은 산업은행과, 우군이 필요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이해관계가 맞은 거래인 면은 부인하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처럼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대 1 균등감자 논의에서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철저히 배제됐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감자 결의를 위한 이사회 개최 당일에서야 내용을 통보 받았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지분을 차등감자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하라는 분위기였다. 금호그룹의 반발을 누르고 실사단을 투입시켰는데 비용까지 부담해야하는 금호그룹 내에선 굴욕적이란 반응도 적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모두 담보로 가지고 있는데, 향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할 계획이다.

두산그룹 구조조정에서도 산업은행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산업은행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수행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오너일가의 잘잘못을 떠나 자금줄을 잡힌 두산그룹 입장에선 대주주 고통분담, 비주력 자산 매각 등 산업은행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클럽모우, 두산솔루스·모트롤BG 등 일련의 매각 작업 역시 산업은행의 의중이 반영된 거래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산업은행 100%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하며 이해상충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중공업은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감수하고 입찰에 참여했다.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나머지 후보들은 경쟁하기 버거운 상황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DICC의 우발 채무를 감당하긴 어렵기 때문에 산업은행의 ‘보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참전한 한진중공업 인수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두산그룹 측에 재무적투자자(FI)와 협의를 진행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상 권한을 모두 뺐긴 두산그룹 측이 제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은 없었다. 실제로 현재까지도 어떠한 협상도 진행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입장에선 금호·두산그룹 등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할 수는 있겠으나, 상당수의 거래들이 산업은행의 치적을 쌓거나 자금회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산은 관리하에 있는 기업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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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행장의 2기가 시작된 만큼 이번 임기내에선 반드시 구조조정의 성과를 내야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내년 말에야 결실을 볼 것이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나마 결과를 빨리 기대할 만했던 것이 KDB생명 매각이었는데 결과는 무색했다.

산업은행은 JC파트너스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했다. 워낙 원매자를 찾기 힘든 거래다 보니 매각보다는 재투자에 가까울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수자금 모집 과정에서산업은행은 일부 금융기관을 상대로 투자확약서(LOC)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C파트너스는 투자자(LP) 모집에 실패했고 우협 지위를 잃었다. 산업은행이 이동걸 회장의 치적을 위해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냔 평가가 나왔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인수자 측에서 속전속결로 거래를 진행하려다보니 세부 실사 과정도 생략하려하는 등 상당히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며 “결국 이제껏 거래 트로피가 없는 이동걸 행장의 치적을 만들기 위해 서두르다 허무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HMM(옛 현대상선)이 호황을 맞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선박 부족과 해상운임 증가로 신음하고 있지만, 한진해운 파산 결정으로 인한 사실상 국내 유일의 컨테이너선사 HMM의 실적과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는 과거 산업은행이 만들어 낸 해운업 구조조정의 결과물로 비쳐질 순 있지만, 산업 전반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공(公)으로 인정될 지 과(過)로 기록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내년엔 산은의 관리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한진그룹도 사실상 채권단의 그늘 안으로 들어왔고, 제주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을 신청했다. 산업은행의 자금을 지원받으면 경영활동의 제약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상황이 급해진 경우에야 ‘울며 겨자먹기’로 자금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가 모두 산은 품 안에 들어오면서 산업은행은 자연스런 항공업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게 됐다. 인사의 권한은 명목상으로 기업들에 있지만, 과거의 전례를 비쳐볼 때 산업은행의 입김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1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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