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개선용' 영구채 발행 봇물…조기상환 고민도 커진다
이상은 기자 | selee@chosun.com | 2020.11.20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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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업 영구채 발행 늘어
'재무개선 효과' 논란은 계속
영구채 조기상환 시기 오면서
과거 발행 기업들 차환 고민

코로나 여파 속 신종자본증권, 이른바 영구채로 자본을 확충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구채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다 보니 ‘재무 개선용’으로 발행되고 있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조기상환 만기를 지키지 않으면 가산금리가 더해지는 특성 때문에 오히려 재무 관리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영구채 조기상환(콜옵션)과 '스텝업(가산금리 적용)'이 다가오는 기업들도 차환 발행에 대한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국내 기업(공기업·금융사 제외)은 1조21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영구채를 발행했다. 지난달 CJ CGV는 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연 4.5%의 고금리를 감수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들어 세 번째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영구채 조달 금액만 총 4300억원에 이른다. 풀무원도 8월과 10월 각각 4.9% 금리로 영구채를 찍었다.

해당 기업들은 영업손실로 인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구채 카드’를 택했다. CJ CGV는 코로나로 분기별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손실 규모가 커졌다. 상반기 영업손실이 5499억원에 이르고, 부채비율도 169.5%로 뛰었다. 풀무원은 해외부문 실적이 악화하면서 재무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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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기업이 추가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금리는 보장되지만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상환 부담이 적다. 다만 조달 금리가 3%대부터 6~7%대까지 이르는 고금리 채권이다. 대부분 발행사가 발행 5년후 조기 상환권을 가지는데, 상환하지 않으면 이른바 스텝업 조항에 의해 매년 일정 금리가 높아진다.

이에 채권을 조기에 상환하지 않으면 금융비용이 크게 불어난다.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을 수 있고, 재무상태에 대한 의심도 커질 수 있다. 올해 연말과 내년 2015~2017년에 발행한 영구채들의 조기상환 및 스텝업 적용 시기가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계산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마트와 마르스엔터(CJ CGV 터키), 대한항공 등이 발행한 영구채에 내년부터 가산금리가 부과된다.

일례로 대한항공은 2017년 6월, 2018년 11월에 발행한 총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의 콜옵션 행사 기간이 올해 12월과 11월 각각 시작된다. 만약 2017년 발행한 영구채의 경우 콜옵션이 발생하면 매 3년마다 연 5% 금리에 가산금리 5.44%가 적용되고, 여기에 미국채금리까지 더해진다. 금융 비용 부담을 고려해 대한항공은 기안기금을 활용해 해당 영구채들의 전액 조기 상환을 계획 중이다.

시장에서는 코로나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영구채 발행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내년에 다수 기업들의 스텝업 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차환 발행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일부 기업들은 코로나로 악화한 신용도가 차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재무개선이 시급한 기업들이 영구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저금리 기조에서 고금리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과거 발행했던 기업들도 스텝업 금리를 고려하면 지금 금리가 훨씬 낮기 때문에 만기를 연장하지 않으려고 할텐데, 다만 해당 기업들의 차환 발행이 될 것인지는 자본시장의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중에 영구채의 재무 개선 효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013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영구채를 회계상 자본으로 결정하면서 '영구채 성격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자본 인정과 관련한 의견이 분분하다. 해외 신용평가사 중에선 영구채를 아예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 곳도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각 사의 평가 방법론에 따라 영구채를 평가하고 있다.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00%를 자본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일정 기준을 두고 발행 후 회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평가하기도 하고, 아예 자본인정비율을 계산하지 않고 차환이 임박했을 때 회사 재무 상태를 살펴 등급 하방압력에 반영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부문과 금융사를 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영구채는 주로 금융사가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금융사는 감독 규정에 따라 자본적정성을 평가받다보니, 회계기준과 상관없이 자본으로 분류가 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영구채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회계상으로 자본으로 분류되니까 부채비율이나 레버리지를 계산할 때는 자본으로 평가를 하고 있지만, 영구채의 성격 자체가 자본과 차이가 있어 ‘자본이냐 부채냐’는 여전히 고민이 있다’며 “기업들이 영구채 발행으로 재무관리에 나서고 있는데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국제적으로 회계기준이 바뀌면 부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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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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