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택배시장…CJ대한통운·㈜한진·쿠팡 재평가도 시작
입력 2020.11.23 07:00|수정 2020.11.20 17:15
    네이버와 손 잡고 격차 벌릴 CJ대한통운
    반사효과 기대하는 ㈜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
    몸값 오를 가능성...로젠택배 매물 재출회
    쿠팡 택배 운송사업자 재신청은 긴장 요소
    • 최근 한 달간 택배시장에 이슈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시장도 함께 커질 거란 기대감에 택배사 몸값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이에 매각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로젠택배는 다시 매물로 나왔고, ㈜한진도 대기업 전략적투자자(SI)에 매각될 가능성이 재부각됐다. 택배사업에 재도전하는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투자업계도 택배시장 동향에 집중하고 있다. 승기를 누가 잡을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기업별로 기대감과 우려는 제각각이다.

      지난달 네이버는 자사주를 활용해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CJ그룹에 총 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브랜드스토어 물량으로만 곤지암 물류센터의 풀필먼트 면적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물류센터 추가 건립을 통한 케파(CAPA) 확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네이버가 후속 투자를 이어갈 경우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몸집은 커지겠지만 풀필먼트 사업에서 네이버를 상대로 주도권을 쥐긴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UPS나 페덱스, DHL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아마존에 주도권을 뺏겨 '을(乙)'이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2·3위 사업자인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위와의 격차를 좁히기가 더욱 쉽지 않을 거란 불안감이 있다. 한편으론 네이버 이외 다른 대형 화주를 선점할 기회가 생겼다는 기대감도 드러낸다.

      물류담당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고객 대상(B2B) 형태의 화주 물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 물량을 주로 처리할 CJ대한통운 이외에 ㈜한진과 롯데 같은 사업자들이 반사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 내년 택배시장 성장세가 두 자릿수로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택배사 전반적으로 물량 확대에 따른 영업레버리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택배사 공통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면서 높아진 몸값에 기대 회사를 매각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대표적으로는 로젠택배와 ㈜한진이 거론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베어링PEA는 로젠택배를 매각하기 위해 잠재 인수 후보군을 접촉 중이다. 지난 6월말 매각을 한 차례 시도한 바 있으나 당시 다수의 기관 투자자(LP)들이 로젠택배의 수익성을 우려, 향후 자금회수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막바지에 발을 뺏다. 최근 택배사들이 다시 주목 받기 시작하면서 반사이익 기대를 갖고 다시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 택배사들이 매물 후보군으로 오르는 가운데 M&A업계는 ㈜한진의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매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는데 ㈜한진의 매물 출회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택배시장 2위 사업자로 꽤 높은 시장 지위를 갖춘 ㈜한진은 택배시장 진출을 꿈꾸는 대기업에 매력이 크고, 실제로 인수 의지가 있을 후보군도 여럿 있는 상황이다.

      주요 화주이자 GS홈쇼핑을 통해 ㈜한진 지분 6.8%를 들고 있는 GS그룹이 대표적이다. GS그룹은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GS홈쇼핑이 GS리테일에 흡수합병되면서 유통업계는 GS그룹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택배사 인수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이마트가 쓱닷컴(SSG닷컴)으로 신선배송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전국 풀필먼트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로젠택배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재무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이마트가 택배사 인수,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당장은 택배사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을 꾀할 수도 있다.

      최근 택배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낸 쿠팡은 모든 택배사업자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8월 로켓배송 물량 증가로 외부 물량 처리 여력이 없다며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반납했지만 1년 만에 재도전을 공식 발표했다. 쿠팡 배송직원과 대형 택배사 직원 근무환경을 직접 비교하는 표를 만들기도 했다.

      기존 택배사 입장에선 새로운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이 달갑지 않다. 최근 택배기사들의 잇따른 사망으로 택배업계는 분류업무 인력 추가 투입, 물류 관리 설비 개선 등을 약속했다.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쿠팡의 시장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택배단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들이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하면 기존 택배 사업자들은 결국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본다. 택배 시장 최종 승리자를 두고 CJ대한통운이나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아니라 네이버와 쿠팡이 거론되는 점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내년 상반기가 이들의 승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