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관피아' 은행연합회장...라임ㆍ옵티머스와 다를 것 없는 은행들
입력 2020.11.25 07:00|수정 2020.11.26 08:20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단독후보 추대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해선 논란
    • 결국 여론의 비판도 통하지 않았다. 관피아(관료+마피아)·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 속에서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또다시 관피아 출신으로 분류되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단독 후보로 추대됐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선 탄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금융당국과 날 세운 은행들이 '쉬운길'을 택했다는 비판이다. 이번 정부들어 더 극심해진, 내 사람 챙겨주기의 정점이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거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이룰 것을 다 이룬, 아쉬울 것 없는 인사들까지 입장문을 내며 선거에 뛰어들었다. 예비후보 리스트 면면만 봐도 그랬다. 금융권에 몸 담지 않는 사람도 알 만한 이름들이 나열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연합회장이 가지는 상징성과 더불어 누리는 특권이 그 어떤 기관장보다 크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란 조직의 특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아니다 보니 실적에 대한 압박이 전무하다. 은행을 대변해서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밀면 되는 자리다.

      그렇다고 처우가 박하지도 않다. 은행연합회장의 연봉은 7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는 어지간한 금융지주 회장 연봉에 버금가는 액수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보듯 금융지주 회장이 누리는 막강한 권한에는 과실에 대한 막대한 책무가 뒤따른다. 수천명의 임직원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은행연합회장은 3년간 거쳐가는 자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위상은 금융지주 회장 못지 않다. 대통령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초청 받는 귀빈이며, 해외 순방에도 동행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각종 의전이 수반된다.

      이러니 예전에 한 자리 했다는 사람들도 너도 나도 나서서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쓴 것이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출엔 특히 금융권의 관심과 기대감이 집중됐다. 잇따른 금융사고 이후 은행권의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줄 인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금융업 경험을 가진 시장전문가가 은행연합회장이 되어 현재의 사모펀드 사태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은행권의 노력을 촉구하는 중심 축이 돼주길 기대했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이런 책무에 적합한 인물일까.

      김광수 회장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쳐 지난 2018년부터 NH농협금융 회장을 맡고 있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행정고시 동기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선 전형적인 ‘관피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김 회장이 선출된 주된 배경으로  '관 출신으로 은행권에서 당국과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배경이 거론된다.  여기에다 호남출신이란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정권에서 호남출신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독차지 하면서 각종 기관장 자리에서도 힘을 발휘한다는 평가다.

      이를 보는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라임·옵티머스가 정치권에 한 로비와 김광수 회장 선출이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관피아를 방패막이 삼으려는 행태는 이들 사모펀드가 한 로비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농협금융 지주에서 이룬 성과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옵티머스 사태에 농협금융 계열사가 연류된 상황에서 이를 책임져야 할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을 맡는 다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옮기면서 연봉을 두 배 올렸다는 말도 나온다. 농협금융지주 등기임원 3명의 지난해 연봉 총액이 7억2700만원이었다. 1인 평균은 2억4200만원이다. 업계에서는 김광수 회장의 연봉을 3억~4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관피아 후배들에겐 김광수 회장은 이러나 저러나 ‘롤모델’이 될 것 같다. 관료 출신의 인생 후반 커리어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많은 금융인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관피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