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IPO 무산의 영향에 대해 논하시오'…까다로웠던 카카오뱅크 RFP
입력 2020.11.25 07:00|수정 2020.11.26 08:20
    RFP에 까다로운 질문들 담겨
    시간도 촉박…"막막해" 평 주요
    27일께 PT 일정 통보 예정
    •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전이 칠부능선을 지나고 있다. 조만간 주관사 적격 후보(short-list;숏리스트)를 선정하고 경쟁 설명회(PT)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거래였던데다, 최근 중국의 초대형 테크핀인 앤트파이낸셜이 상장에 실패하는 사례도 발생하며 후보 증권사 실무진 사이에선 '역대급으로 부담되는 제안서 작성이었다'는 후일담이 연거푸 나오기도 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는 이날 제출이 마감됐다. 카카오뱅크는  27일께 향후 PT 일정을 통보할 계획이다. PT는 내달 초 이뤄지며, 후보군 숫자를 고려하면 이틀 이상 나뉘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앞서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 10곳과 외국계 증권사 5곳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가 요구한 질문들은 상당히 많았고, 내용도 디테일했다는 지적이다. 신사업 관련 아이디어를 비롯해 시장에서의 카카오뱅크 평가 등 일반적인 질문을 비롯해 중국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의 IPO 무산 여파가 있을 수 있는지 등 세부적인 질문도 포함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RFP 작성에 카카오뱅크 지분 4.93%를 보유 중인 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 한국투자증권 실무진들이 상당부분 관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11월 초 중국 상하이·홍콩 증권거래소에 의해 상장 절차가 중단된 바 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공식 석상에서 국영은행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국 금융 시스템을 전당포에 비유하는 등 금융당국의 감독 방식을 비판한 데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직접 상장 중단을 지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질문에 의아하단 반응을 보였다. 국내 증시 상장의 경우 해외 딜의 부정적인 사례로 인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전례가 없는 까닭에서다. 게다가 카카오의 경우 금융감독원 출신의 인력을 경력으로 채용하는 등 관(官)에 대한 대비를 잘 해온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외에도 까다로운 세부 질문들이 꽤 많았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3페이지에 달했던 크래프톤 RFP에 비해 분량은 평범했지만, 질문이 상당히 많았고 디테일 면에서 매우 상세한 면이 있었다"라며 "다들 내용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10일가량 주어진 시간이 다소 촉박했었다는 푸념도 나온다. 주요 후보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의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동원해 기업 분석 및 기업가치 산정 스토리를 짜거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주관사 선정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증권이나 최근 카카오 그룹 딜을 잇따라 따내고 있는 KB증권은 물론, 경쟁사인 케이뱅크 주주인 NH투자증권이나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도 모두 포기하지 않고 제안서 작성에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뱅크가 증권사들에 주문한 기업가치를 맞출 스토리에 주목된다. 통상 한국거래소에서 발행사(카카오뱅크)와 증권사(주관사)의 밸류 산정 방식에 대해 존중을 해주는 만큼 증권사들은 지난 2주간 카카오뱅크가 요구한 기업가치를 맞출 틀을 짜야만 했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현재 9조~12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달 말 TPG캐피탈(TPG Capital)로부터 2500억원 가량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받을 당시 주당 발행가는 2만3500원으로, 카카오뱅크의 투자평가가치는 8조6000억원 정도로 책정됐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주당순자산비율(PBR)은 4.93배다. 장외가 기준 시가총액은 30조3000억원 수준으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 합계(36조원)와 비슷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