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독자 체제 시작된 LG그룹, 70년대생·여성 임원 '약진'
입력 2020.11.26 17:47|수정 2020.11.27 08:04
    대규모 신규 임원 선임…전자·화학에서만 97명
    LG전자 "1970년 이후 출생 임원 72%로 늘어"
    LG에너지솔루션 사장엔 김종현 본부장 내정
    권영수·차석용·신학철 3인 부회장은 유임돼
    • LG그룹이 연말 정기 인사를 마무리하며 취임 3년 만에 그룹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지주사와 각 계열사에 신규 임원들 상당수가 전진 배치되고, 일부 계열사가 분리되며 지난 2018년 취임한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격적인 안착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26일 ㈜LG·LG전자·LG화학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는 이사회를 열고 주요 경영진 및 임원 인사를 확정했다. 전날 이사회를 열었던 LG유플러스와 LG디스플레이 등을 포함하면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대부분 연말 인사를 끝내게 됐다.

      이번 인사는 부회장 인사를 제외한 대대적인 신규 임원 선임과 승진이 있었다.

      승진 규모만 놓고 보면, 주요 3개사(㈜LG·LG전자·LG화학) 총 103명으로, 지난해(88명)보다 크게 늘었다. 사상 최대 승진 인사가 실시된 LG화학에는 상무 신규선임(24명)을 포함한 41명의 승진자가 나왔다. LG전자에서는 지난해보다 7명 늘어난 56명이, ㈜LG에서는 이방수 CSR팀장(부사장)이 사장에 오르는 등 총 6명이 승진했다.

      LG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젊은 인재와 여성인재를 발굴했다”고 전했다. 신규 임원 가운데 1970년 이후 출생 비중이 지난해 57%에서 올해 72%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가장 젊은 임원으로는 1980년생 우정호 신임 상무가 승진했으며, 구지영 책임(41세), 이소연 책임(45세) 등 2명의 여성 임원도 새로 나왔다. 사장 승진자인 이상규(1961년생) 한국영업본부장 역시 60년대생이다.

      LG화학 인사에서는 생명과학 부문의 약진이 돋보였다.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부사장)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Specialty Care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윤수희 상무는 생명과학사업본부 최초의 여성 전무로 승진했다.

      배터리 사업 분사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던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의 사령탑에는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김종현 신임 사장은 지난 2009년 소형전지사업부장(전무)를 시작으로 10년 이상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이끌었다. 신임 CFO 역시 기존 전지사업본부에서 경영관리총괄을 맡고 있던 이창실 전무가 담당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그룹 최고경영진에 속하는 부회장 4인 중 3인은 유임됐다. 권영수 ㈜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에 퇴임이 결정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주축으로 거론된 이들이다. 하 부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당분간 구 회장 체제 안정을 조금 더 도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LG그룹의 계열분리 계획도 가시화됐다. ㈜LG가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 등 5개사를 계열분리해 '㈜LG신설지주(가칭)'을 만들기로 했다. 구 회장의 삼촌 구본준 LG 고문이 사내이사로 선임돼 LG그룹과는 독립된 경영체제로 운영된다. LG그룹은 전자·화학·통신서비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 측은 “향후 계열분리 추진 시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기업 경제력 집중 완화 방향에 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