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유동화 전략' 대폭 수정 예고한 이마트
입력 2020.12.22 07:00|수정 2020.12.23 07:35
    보유자산 특성상 리츠 불투명, S&LB는 임차료 부담
    최근엔 보유 중인 가양점, 개발 전제로 매각 나서
    넓은 부지와 지리적 이점...용도 변경 난항은 부담
    가양점 필두로 이마트 자산 활용 전략 변화 예상
    • 이마트가 '개발 전제 매각'이라는 자산유동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마트는 그간 롯데나 홈플러스 등 경쟁 유통기업들에 비해 유동화 방식이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내년에 부지 개발을 전제로 한 점포 매각이 이뤄진다면 자산 활용 등 재무전략에도 대폭 수정이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그간 세일즈앤드리스백(S&LB) 방식의 유동화를 고수해왔다. 기업이 소유한 토지나 건물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방법으로 보유 부동산의 감소로 재산세(보유세)가 줄고, 매각대금으로 차입금 상환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점포 13곳을 이 방식으로 매각해 1조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다만 꾸준히 지급해야 하는 임차료가 리스 부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연간 지급해야 할 임차료만 평균 450억원 수준이다. 보유자산을 롯데리츠에 넘기면서 지급한 임차료 일부를 배당으로 돌려받는 롯데쇼핑과 비교하면 이마트의 안전 장치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갈수록 오프라인 리테일 자산의 불확실성은 커지는데 10년 수준의 긴 계약기간 동안 변수가 많을 점도 우려 요소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상반기 1조원 규모의 초대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를 구상, 기업공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지만 최종 철회했다. 리츠 선택지는 지난 5년여간 내부적으로 계속 거론돼 왔지만 보유자산 특성상 흥행은 어려울 거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트 보유자산은 대부분 마트로 영속성 측면에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구성 자산 대부분 마트였던 홈플러스가 결국 리츠 상장에 실패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마트의 유동화 선택지는 제한적일 수 있다. 보유자산 포트폴리오 한계로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보니 현재로선 단기 처방에 그치더라도 현금이라도 마련할 수 있는 S&LB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최근 새롭게 시도하는 개발전제 매각 방식은 어느 정도 단점을 상쇄한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최근 가양점 매각을 위해 주관사 선정 절차에 나섰다. 국내외 부동산 자문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후 재개발되는 복합 건축물에 재입점하는 식이 유력하다. 대형마트 대부분 수익성이 주춤한 상태지만 부지의 상업가치는 높아지고 있어 다수의 유통기업들이 부동산 개발을 포함해 점포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이마트가 개발을 전제로 매물로 내놓은 가양점은 지하철 9호선 증미역을 끼고 있어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용면적도 3500평으로 부지가 넓다 보니 개발 잠재력이 크다는 기대감도 모인다. 개발을 전제로 하는 만큼 매수자와 협의에 따라 시행이익을 공유할 수도 있다. 잠재 인수군은 부동산 디벨로퍼 등 개발사다. 홈플러스는 최근 대구 둔산점을 부동산 디벨로퍼에 매각했고, 롯데그룹도 마트와 백화점 다수 점포 부지를 주상복합 시설을 염두에 두고 디벨로퍼들을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규제나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용도 변경(컨버전)이 쉽지만은 않을 거란 우려는 있다. 수도권 용도변경 사례로 주목받은 홈플러스 안산점 개발은 안산시의 용적률 규제에 부딪힌 바 있다.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마트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도 물류센터 건립 과정에서 인근 주민 반발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다수 투자계획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가양점을 필두로 자산 매각은 이마트에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으로 지적된다. 온라인 물류센터, 복합쇼핑몰, 트레이더스, 부동산 개발 등에 예정된 투자 규모는 연간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규모를 상회한다.

      내년 재무전략에 대폭 수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양점 매각은 이마트 자산 활용 전략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이마트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그간 고수해온 S&LB 방식이 단기 재무개선에 그쳐 자산활용 고민이 많았지만 개발 전제 매각은 어느 정도 단점 상쇄가 가능하다. 입지가 뛰어난 알짜 부지엔 시행사들이 최저 입찰가의 2배 이상을 내고 뛰어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향후 백화점이나 호텔 등 다른 보유 자산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데 가양점 매각 성사에 따라 내년 재무전략에도 대폭 수정이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