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방어' 분주했던 2020년, 등급 차별 본격화할 2021년
입력 2020.12.31 07:00|수정 2021.01.04 11:07
    실적 회복 및 수준 차별화 본격화 전망
    정유·유통·항공·호텔·車부품 '비우호적'
    사업개편·ESG의 신용평가 영향도 주목
    • 올해 크레딧 시장을 지배한 테마 역시 '코로나'였다. 영향을 피해간 산업이 드물다 보니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예상을 벗어나는 등급 변경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상수가 된 '불확실성' 속에서 내년에는 체력 차별화가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백신 활성화 및 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코로나발 경기침체의 지속이 예상되는만큼 산업·기업별 타격은 가늠하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12월 정기 평가도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신용평가사들은 2021년을 앞두고 산업별 크레딧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크레딧 업계에서는 올해 '저점'은 지났다는 평가다. 내년에는 코로나의 부정적 영향 완화에 따른 교역환경과 투자심리 개선, 각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 등이 회복세를 이끌어 '올해보단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높다. 4분기부터 또 다시 국내와 주요 선진국에서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크레딧 전망은 산업 및 개별 기업별로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 또는 저하된 재무안정성 및 경쟁력 회복 속도가 어느 정도일지가 핵심이다.

      여러 업종에서 구조조정 및 경쟁구도 변화가 본격화하는 점도 신용도 측면에서 관심이 높다. 특히 대기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및 지배구조 재편용 분할과 합병이 급증하는 추세다. 올 한해에만 LG화학의 물적분할(배터리사업부),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 4개사 인적분할, SK텔레콤의 물적분할(모빌리티사업부), 두산의 사업부 분사(모트롤), GS리테일의 GS홈쇼핑 흡수합병, 한화솔루션의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 흡수합병 등 다수의 분할·합병이 발표되거나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항공업계 재편도 주목되는 모니터링 포인트다. 또 신용평가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려되는 요소도 계속 확장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철강사, 에너지사 등은 가속화하는 친환경 트렌드가 각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들의 실적 방향성과 재무적 ‘체력’이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이다. 신용평가는 중장기적인 전망을 반영하는 만큼 코로나 초기에는 향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 신평업계에서도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이제는 코로나 영향이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4분기째 이어지고 있어 초기보다는 어느 정도 파악과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이다.

      올해 우려했던 만큼의 등급 하향은 없었던 대신, ‘부정적’ 등급 전망을 달고 있는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 혹은 3분기까지는 등급 향방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3분기 기준 '부정적' 혹은 '하향검토'를 달고 있는 기업이 지난 10년간 최고 수치(48곳)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한국신용평가는 2021년 산업전망으로 21개 산업 중 ‘비우호적’ 10개, ‘중립적’ 10개를 제시했다. ‘우호적’인 산업은 메모리반도체가 유일하다. 6개산업(정유·유통·생명보험·항공운송·호텔·철강)은 비우호적인 업황이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봤다. 한국기업평가는 산업전망이 ‘중립적’ 10개, ‘비우호적’ 10개로 ‘우호적’인 곳은 없다. 한기평은 항공·호텔·유통·정유·의류·조선·건설, 디스플레이 등을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인 산업으로 꼽았다. 이 중 등급전망도 ‘부정적’인 업종은 항공·호텔·정유·유통·자동차(부품)·의류 등이다.

      특히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들의 내년 전망도 녹록지 않다 보니 업체별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이란 예상된다. 올해까지는 비용절감 등 기존 재무여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방어했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좋아야 작년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정유사들은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다.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과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정제마진 및 제품마진 약세로 대규모 어닝쇼크가 발생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뚜렷한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유업체들은 대규모 투자 진행으로 재무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신용도 하방 압력이 크게 증가한 상태다. 이달 22일 한국기업평가는 에쓰오일의 장기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SK인천석유화학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각각 A+, A2+로 하향 조정했다.

      호텔·면세 업계 또한 코로나 여파가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내년에도 개선 여지는 불확실하다. 백신 접종 효과 발현에 따른 국가간 이동 등이 활성화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표업체인 호텔롯데(AA)의 등급이 하락하고 호텔신라(AA)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지만 내년에도 업계 전반의 신용도 하방 압력 증가 상태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수익성 하락폭이 확대된 유통업체들도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대형 유통업체들도 신용도 하향 기조를 피하지 못했다. 이마트(AA)는 등급이 내려갔고 롯데쇼핑(AA)의 신평 3사 등급전망은 ‘부정적’인 상태다. 내년에 기저효과와 비용 효율화 등으로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저성장, 가계부채 부담, 정부 규제, 온라인 전환 등 업황은 여전히 비우호적이다. 각 업체별 온라인 대응 능력 및 신사업 성과, 투자속도 조절 등이 신용도 판단에 주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NICE신용평가는 “기업들의 1·2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업종별로 빠르게 회복되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도 있고, 회복이 부진하며 장기화되거나 구조적 변화가 이뤄져 산업 수급 자체에 근본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산업도 존재한다”며 “경제 전반은 U자형 완만한 경기 회복이 예상되지만 업종별로는 회복 수준 및 시기가 차등화하며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