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GIB 출신 승승장구...매트릭스 접는 우리‧NH농협
입력 2021.01.04 07:00|수정 2021.01.05 09:10
    신한금융 GIB 부문장에 'IB 전문가' 정근수 부사장
    GIB 등 매트릭스 체계 수장들 자회사 임원 꿰차며 승승장구
    우리‧NH농협 등 매트릭스 없애는 지주들과 다른 길 선택
    • 신한금융그룹의 투자은행(IB) 매트릭스 체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주요 자회사 임원 인사에서도 글로벌 투자은행(GIB) 출신들이 요직을 꿰차며 승승장구 하는 모양새다. 금융 당국에서 2020년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의 한 원인으로 금융지주의 매트릭스 체제를 지목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우리금융 등 상대적으로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이 약한 금융지주들은 지주-자회사 간 시너지 전략에 다소 시큰둥한 모습이다. 기존에 유지하던 매트릭스 체제를 없애거나 유명무실화된 상태다.

    • 지난달 24일 신한금융그룹은 정근수 신한은행 글로벌투자본부장을 GIB 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앞선 정운진 부문장이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데 따라 정근수 부문장이 공석을 채우게 됐다.

      GIB를 비롯, 신한금융그룹 내 매트릭스 부문장은 신한금융지주 및 자회사 임원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꼽힌다. 앞서 정운진 부문장과 마찬가지로 허영택 신한캐피탈 사장 역시 GIB 부문장 출신이다. 두 번 연속 신한캐피탈 대표이사에 GIB 소속 인사가 낙점됐다. 또한 허 전 사장은 연말 인사에서 신한금융지주 경영관리부문장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에는 신한금융그룹 내 또 다른 매트릭스 체계인 고유자산운용(GMS) 출신인 김병철 부문장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 낸 바 있다.

      새 GIB 부문장으로는 투자금융분야에 정통한 정근수 부행장을 선임했다. 1991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010년부터 투자금융부서에서 줄곧 몸담아왔다. 투자금융부장을 거쳐 2018년 GIB본부장, 2019년 투자금융본부장을 역임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부행장들이 GIB나 CIB 부문장을 맡는데 지금까지는 전략기획이나 기업금융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라며 “이번 정근수 부행장처럼 투자금융분야 경력에 정통한 인물이 부문장을 맡은 것은 상당히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 GIB 출신 인사들의 잇따른 승진에는 그룹 내 매트릭스 체계가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로나19 속에서도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캐피탈 등 계열사들이 그룹 차원의 글로벌 투자 거래에 참여해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는 우리금융이나 농협금융 등 타 금융사들과 사뭇 다른 행보로 읽힌다. 우리금융은 연말 인사에서 지주사와 은행 등 자회사들의 특정 사업부문을 한 데 묶은 사업총괄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NH농협금융 역시 2019년부터 검토해왔던 자산관리(WM)부문 매트릭스 조직을 끝내 도입하지 않기로 잠정 결론냈다.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은 기존에 꾸려놓은 CIB(기업금융 및 IB) 조직을 현상 유지 하는 수준으로 연말 조직개편을 마무리 지었다.

      금융지주들은 이번 조직개편의 배경으로 실효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라임 및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 금융 당국에서는 금융지주의 입김이 자회사에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의 상품 판매 부실에는 지주사의 관리 소홀 책임도 일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없애거나 일부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금융지주 역시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에 직격타를 맞은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이다.

      신한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유달리 GIB 등 매트릭스 체계를 강조하는 데는 조용병 회장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회장은 2017년 ‘신한금융그룹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야심차게 지주 중심의 매트릭스 체계를 도입했다. 기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정도만 협업했던 기업투자금융(CIB) 조직을 신한캐피탈, 신한생명 등을 포함한 GIB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매트릭스 체계 자체가 자율적이고 신속한 판단이 중요한 IB업계 특성에 맞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금융지주 소속인 GIB가 승인을 내린 딜에 대해 사실상 신한금융투자나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등 자회사가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새로 온 정근수 부문장이나 이전 정운진 부문장이나 신한은행에서 IB업무를 오랜 기간 맡았던 만큼 GIB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